中 겨냥 첨단 AI 반도체·모델 수출통제 조치 강화 USTR "中, 조선·해운 장악 위해 특혜 몰아줘"전문가 "기술 격차 벌릴 수 있는 시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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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또 미국 정부는 중국이 글로벌 조선·해운 시장 장악을 목표로 삼고 각종 불공정한 수단을 몰아준 것으로 판단, 중국 조선업 제재로 이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역시 강경한 대중국 드라이브를 예고해 향후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한국 입장에서는 기화와 위기 요인이 동시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전날(현지시각) 첨단 AI 칩 및 AI 모델에 대한 수출관리규정(EAR) 개정안을 발표했다.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기존 수출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우회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한국 등 동맹국에는 제한없이 판매하되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골자다.전 세계 국가들 중 한국을 포함한 핵심 동맹 및 파트너국 18개국은 이번 조치에서 면제돼 현재와 동일하게 AI 반도체 수출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반면 미국이 지정한 중국·러시아·북한·이라크·이란 등 22개 무기금수국으로 AI 반도체를 수출하는 경우 현재와 동일하게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 신청시 거부 추정 원칙으로 심사된다.미국은 AI 반도체를 활용해 훈련된 첨단 AI 모델도 수출통제 대상 기술로 추가했다. 한국을 포함한 핵심 동맹 및 파트너 18개국으로의 기술 수출은 이번 조치에서 면제되며, 일반에 공개된 모델 및 가장 첨단의 공개된 모델보다 성능이 낮은 비공개 모델은 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한국은 이번 신규 규제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한국이 면제국가에 포함된 만큼 한국 기업, 기관, 개인이 미국으로부터 첨단 AI 반도체·모델을 수입하는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국에 소재한 기업·기관·개인이더라도 미국이 지정한 무기금수국에 본사를 두고 있을 경우 허가가 면제되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한국에 기회와 위협 요인이 상존한다고 봤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에 대한 통제로 수출시장이 축소돼 수익성 등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중국이 레거시(범용)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번 규제로 AI 반도체 기술력 성장이 늦춰질 수 밖에 없어 한국으로선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 교수는 "미국으로선 반도체 패권을 쥐는 것이 경제적 측면이나 군사적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의 트럼프가 미국 국익 측면에서도 세계 반도체 패권을 갖기 위해 중국 규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미국은 중국의 조선·해운업에 대해서도 제재의 고삐를 좼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이 글로벌 조선·해운시장 장악을 위해 자국 산업에 특혜를 몰아준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제재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USTR은 미국철강노동조합 등 미국 4개 노조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중국 조선·해운사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국이 조선·해운 사업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해 불공정 수단을 동원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중국이 동원한 불공정 수단으로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 금융 지원,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정책, 강제적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탈취 등이 거론됐다. 이 보고서는 이번 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무역법 301조는 무역협정 위반이나 통상에 부담을 주는 교역 대상국의 무역 행위에 대해 관세 부과 등 각종 무역 제제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이를 근거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국 조선업 제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USTR 보고서를 근거로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에 수천억달러 관세를 매긴 바 있다.더욱이 지난해 12월 미국 의회에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가 발의됐다. 미국 조선업 강화를 위한 미국 내 선박 건조 장려, 조선업 기반 강화, 중국에서 수리하는 선박에 최대 200% 세율 부과 등 중국 견제 등이 골자다.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 해군 재건을 선언하며 한국과 조선 분야 협력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만큼 조선업은 중국 제재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중국 조선업이 무서운 성장세로 세계 1위를 차지하며 2위인 한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강조해 향후 한미 조선 협력 기회가 확장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전일 방미 성과 중 조선 협력과 관련해 "트럼프 정부가 해군력 강화와 관련된 조선업을 강화하는 제도 개편으로 하려고 한다"며 "미국과 조선 파트너십을 구축해 조선업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논의하고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