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1조원 '뚝'파운드리 부진, 실적 효자 메모리도 위축중국 추격 발빨라… 첨단공정 전환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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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뉴데일리DB
삼성전자가 지난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반도체 사업 실적을 공개하면서 올 1분기까지 부진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고 2분기 이후 상황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적발표 공시를 통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75조 8000억 원, 6조 5000억 원을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0억 9000억 원, 32조 7000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이달 초 이미 잠정실적을 통해 전체 실적 규모가 판가름 난 까닭에 시장에선 이번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가 사업부문별로 얼만큼 이익을 냈는지에 주목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고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영향이 실제 실적에 얼만큼 타격을 줬는지에 관심이 쏠렸다.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부문은 지난해 연간 기준 15조 1000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2조 9000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3조 8600억 원을 기록했던 앞선 3분기 보다도 낮아진 수준이라 2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실적발표에서 DS부문의 사업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증권업계에선 지난해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선 20조 원 안팎의 이익을 내고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에서 4조~5조 원 가량 손실을 내며 최종적으로 15조 원 대 이익을 내는데 그쳤다고 분석했다.중국산 저가 D램이 범용(레거시)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삼성 반도체 실적을 책임지는 것은 D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기준 D램에서만 17조~18조 원 영업이익을 내며 5조 원 안팎의 이익을 내는데 그친 낸드 플래시 사업을 뒷받침했다.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공세는 연말까지도 이어졌음을 방증한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로 대표되는 메모리업체들이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DDR4를 본격 판매에 나섰고 시장에서 점유율을 조금씩 키우기 시작했다가 최근엔 그 속도가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며 우려를 사고 있다.CXMT의 등장으로 시장에 값 싼 메모리가 풀리면서 가격 인하를 조장하기도 했다. CXMT의 DDR4는 기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가 판매하던 주력 제품의 '절반' 가격으로 시장에서 유통됐고 용량이나 성능 측면에서 기존 제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가뜩이나 수요 부진으로 침체됐던 범용 메모리 시장 분위기에 중국산 저가 칩은 더 찬물을 끼얹었다. AI(인공지능) PC와 스마트폰으로 진화가 예상보다 더딘데다 기존 PC와 스마트폰 교체 수요도 크게 되살아나지 않으면서 메모리업체들이 지난해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중국 범용 메모리에 잠식당하는 상황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적어도 1분기까지는 수요 회복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게 삼성의 전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약세가 지속되면서 전사 실적 개선 또한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삼성은 이번 1분기에 고사양 고용량 제품 수요 대응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동안 믿고 있던 범용 메모리 사업에서 중국의 역습을 받으면서 타격이 컸고 앞으로는 고부가 제품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게 더 명확해졌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삼성은 첨단 공정 전환 작업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D램의 경우 1b 나노 전환을 가속화해 DDR5 및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 공급 비중을 확대하고, 낸드는 V6에서 V8로 공정 전환을 진행하고 서버용 V7 QLC(Quad Level Cell) SSD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시스템LSI는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로 이미지센서, DDI(Display Driver IC) 등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2분기부터는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구간이다. 첨단공정으로 전환에 속도를 낸 결과도 속속 실적에 기여하기 시작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등 고부가제품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고대했던 삼성 HBM의 엔비디아 공급으로 경쟁사 대비 부진했던 HBM 사업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맞이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