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내 진에어로 에어서울·에어부산 합병 추진통합LCC, 비용 효율성 → '안전' 전면에지연땐 중복비용 늘고 각자경쟁으로 경쟁력 악화
  • ▲ 30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30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정성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 통합에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통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무안공항 제주항공 추락사고에 이어 이번 에어부산까지 잇따른 LCC 사고로 '통합 LCC' 모델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LCC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원가 경쟁력보다 안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서는 '생존'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통합 LCC 출범 시점을 2년 이내로 잡고 있었다.

    단일LCC로 운영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복안이었다. 중복 노선을 정리하고 항공기 운영 및 정비 효율성을 높여 비용 절감을 목표로 삼았다. 

    통합이 완료되면 총 58대의 항공기를 보유해 현재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41대)을 앞서, 국내 1위 LCC사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은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손자회사로 편입된 에어부산에서 항공기 화재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 이후 한 달 만에 발생한 이번 사고로 인해 LCC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항공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에어부산 사고의 경우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화재 당시 안내방송이 없었던 점, 비상구를 승객이 열고 비상탈출이 시작된 점 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LCC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출범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CC 통합작업이 늦어질 수록 재무적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세 저비용항공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 중복비용이 증가하고 비슷한 노선을 두고 개별 경쟁을 펼쳐 시장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2019년부터 4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에어서울의 경우는 시간적으로 버틸 여력이 별로 없다. 현재 아시아나로부터 6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2~3개월씩 연장하는 방식으로 연명 중이다. 재무정상화는 요원하고, 대한항공을 통한 자금수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에어부산은 거점 공항 문제로 지역사회와 갈등이 깊다. 에어부산의 최대주주는 아시아나(41.89%)지만, 소액주주 지분이 40%가 넘고 이 가운데 16%를 부산시와 부산 상공업계가 갖고 있다. 이들은 통합 LCC 본사를 부산으로 유치하거나,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 등을 요구하고 있다. 

    LCC 재편에서도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도 있다. 최근 대명소노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며 또 다른 '통합LCC' 출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번 사고가 진에어로 통합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진에어는 항공기 한대당 월 평균운항시간이 지난해 3분기 기준 371시간으로 현재 LCC 1위사인 제주항공(418시간)에 비해 47시간이 적다. 또 운항시간은 적지만 영업이익은 더 높았다. 

    항공정비도 대한항공에 기댈 수 있다. 대한항공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MRO(Maintenance·Repair·Overhaul) 시설을 확충 중이다. 새 공장이 완공되면 정비가능 엔진대수는 연간 100대에서 360대로 3.6배 늘어나고, 새 엔진 모델이 대한 정비도 가능해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전은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라며서 "에어부산 사고 원인 등에 대한 국토교통부 조사결과에 따라 보완이 필요한 지점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