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PE, 지분 엑시트로 차익실현… 우리금융 오버행 우려지성배 IMM 추천 사외이사 3월 물러나… 이사 변화 불가피IMM PE의 대조적 전략… 신한금융 '롱' 우리금융 '엑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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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룡(오른쪽) 우리금융 회장ⓒ뉴데일리
우리금융그룹의 과점주주인 IMM PE(프라이빗에쿼티)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우리금융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 2016년 금융위원장 재임 당시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야심차게 도입한 ‘선진적 과점주주’ 체제가 힘을 잃고 오히려 임 회장의 입김만 세졌다는 지적이 나온다.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 PE는 이달 우리금융 보유 지분 전량(1.4%)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팔아치웠다.IMM PE는 지난해 3월부터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순을 밟아왔다. 지난해 3월 우리금융 지분 약 1.72%(1950억원 규모)를 매각한 이후 같은해 7월엔 지분 2.3%(2640억원)를 추가로 처분했다.이달 잔여 지분 매각까지 포함하면 IMM PE는 지난 2016년 12월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6%를 사들인지 9년 만에 투자금 회수를 마무리지은 것이다.업계에서는 IMM PE가 우리금융 지분 전량 매각 차익과 배당 이익 등을 합산해 약 36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한다. 투자 원금 대비 2.4배에 달하는 이익 규모다.이번 블록딜로 우리금융 과점주주는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푸본그룹, 유진PE 등 4곳으로 재편됐다.◇IMM PE, 신한금융 ‘롱’ 우리금융 ‘숏’ 상반된 전략… 이유는IMM PE가 우리금융 과점주주에서 이탈한 이유는 우리금융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차익실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시장에선 IMM PE가 우리금융 밸류업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밸류업 붐을 틈타 중장기 투자보다 차익실현을 택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실제 우리금융은 자본비율을 높여 배당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 여건이 녹록지 않다.우리금융은 밸류업에 따라 보통주자본비율 12.5~13.0% 구간에서는 총주주환원율을 40%까지, 13.0% 초과 시 50%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주주환원율이 40%를 넘을 경우 배당성향 30%를 유지하고 배당 초과분은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그러나 자본비율 달성까지 만만찮은 걸림돌들이 놓여 있다.지난해 3분기 말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위험가중자산(RWA)이 늘면서 11.95%를 기록해 전 분기 대비 0.09%포인트, 전년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밸류업에서 밝힌 중장기 관리 목표인 1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게다가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에 조 단위의 돈을 투입하면 그룹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추가로 떨어지게 된다.IMM PE는 우리금융 지분을 모두 엑시트하면서도 신한금융그룹에 투자한 지분은 장기 보유하는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IMM PE는 지난 2019년 신한금융 전환우선주 1748만주(주당 4만2900원‧지분 약 3.4%)를 사들였고, 2020년 오렌지라이프로부터 약 380만주를 추가 매입했다.금융권 관계자는 “IMM PE가 시장 상황을 보면서 우리금융에 대해서는 매각을 선택한 반면 신한금융에 대해선 추가 주가 상승에 베팅해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IMM PE의 엑시트로 과점주주 보유 지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는 우리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임종룡 야심작 ‘선진적 지배구조’ 흔들… 과점주주 동향 촉각IMM PE의 이탈로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지배구조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IMM PE가 추천한 지성배 우리금융 사외이사의 경우 오는 3월 주총을 끝으로 물러난다. IMM PE가 보유한 우리금융 사외이사 추천권 역시 회수됐다.금융위원회는 지분 매각 당시 민영화를 위해 우리금융 지분 4% 이상을 인수한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다.이에 따라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과점주주 측 4인, 외부 영입 2인으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다만 금융감독원에서 지난해부터 사외이사 전문성을 높이고 인원을 확대하라고 주문한 점을 고려할 때 외부 영입 사외이사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임종룡 회장의 입김이 커지게 된다.업계에서는 임종룡 회장이 지난 2016년 금융위원장 재임 당시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야심차게 도입한 ‘선진적 지배구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당시 임 위원장은 “과점주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집단지성과 경험을 통해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할 것이고,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중심의 경영지원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약속했다.과점주주 지배구조를 통해 ‘거수기 사외이사’ 문제를 해소하고 사외이사들이 감시자, 견제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그러나 과점주주가 도입된지 9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금융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주요 금융그룹 중 경영실적과 주가 면에서 우리금융이 가장 뒤진 데다 각종 횡령과 전 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도 가장 많았다. 이사회 역시 거수기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선진적 지배구조라며 총대를 메고 추진했던 과점주주 지배구조의 실패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에서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불행이자 역설”이라며 “임 회장의 과점주주 지배구조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임 회장의 영향력만 더 커지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이어 “잔류해 있는 과점주주인 푸본그룹과 유진 PE, 키움증권도 주주로서 장기간 동행하기보다 주가 흐름이나 내부사정에 따라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