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경영인 정기보험에 칼 빼들고 GA 판매수수료 공개 추진보험사 자산건전성·GA 내부통제·소비자 보호 강화 취지보험업계 '시름' … "의도 이해하지만 규제 일변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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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금융당국의 계속되는 규제 및 상생금융 압박에 시름하는 모습이다.경영인 정기보험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법적 경고'에 업계는 "초가삼간 다 태우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국의 판매수수료 개편안 추진을 두고도 "탁상행정"이란 원성이 나온다. 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인하한 자동차보험료 때문에 손해율이 증가할 거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소비자 보호 명분이라지만 … 당국 규제 날로 강화금감원은 지난 24일 경영인 정기보험에 관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경영인 정기보험은 기업 CEO(최고경영자) 등 핵심 경영진의 유고로 인한 경영 공백과 재정적 손실을 보완하기 위해 설계된 보장성 보험이다. 주로 경영인이 피보험자, 법인이 계약자와 수익자가 된다.금감원은 경영인 정기보험이 본래의 보장 목적을 벗어났다고 지적하며 지난해 12월 23일 감독행정을 실시했다. 이후 같은달 31일까지 약 8일간 기존 보험상품 판매 실적이 있는 15곳의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했고, 점검 결과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동 기간 11개 생보사의 일평균 초회보험료가 115억3900만원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또 보험료보다 높은 해약환급금을 통해 차익 거래를 유도하거나 절세 효과 등을 과장한 불완전판매, 불법수수료 지급 등 변칙적인 영업방식 등의 사례를 열거하며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법상 허용하는 최대 수준의 제재"를 예고했다.하지만 금감원의 경영인 정기보험 관련 실태 점검과 법적 경고를 바라보는 업계의 속내는 복잡미묘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감독행정을 실시하며 기존의 상품 판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는데, 보험업계에선 "이 같은 조치가 도리어 상품에 대한 수요를 배가시킨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아울러 업계에선 계약자를 법인으로 제한하고 보험 기간을 재설정하라는 등 금감원의 제시 방안 또한 과도한 시장 규제라는 입장이다. 세금 회피 목적이 아닌 경영 리스크 관리 등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된 계약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업계에 따르면 법인만 계약할 수 있게 설정할 경우 실제 경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영세 개인사업자의 가입이 제한될 수 있으며, 보험 기간 제한 또한 경영인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나아가 고환급률은 장기 유지에 대한 일종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제재하는 것이 도리어 소비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업계에선 주장한다.보험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금지 등 감독당국의 개선 조치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면서도 "지난해 상품 판매 금지 등 금감원의 조치는 계엄과도 같은 수준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까 우려한다"고 덧붙였다.◇경영인 정기보험에 판매수수료 '손질' 나선 금감원당국이 추진하는 보험상품 판매 수수료 개편도 영업현장과 동떨어진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금감원은 보험 판매 후 1~2년 내에 받을 수수료를 최대 7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편안에는 최초 1년 지급 가능 모집수수료가 보험료의 120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1200% 룰' 적용도 담겨 있다. 또한 금감원은 보험설계사들의 판매 수수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GA(보험대리점)의 불완전판매 등을 근절하고 보험 계약의 장기 유지 및 보험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하지만 수수료 분할 지급안은 모집 당시 발생 가능한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초기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면 수수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설계사의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특히 판매수수료 정보 제공안에 GA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제조원가를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만약 GA 판매 수수료를 공개할 것이라면 국내 모든 업체의 원가 제공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GA협회에도 업권의 대응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손보협회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및 세부 실무 기준을 보완 검토해 당국과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상생금융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식 車보험료 인하상생금융 기조를 앞세운 당국의 압박도 업계의 고민거리다. 최근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을 각각 0.9%, 0.6%로 확정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삼성화재(1.0%) DB손해보험(0.8%) 메리츠화재(1.0%)가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낮췄다. 1인당 보험료 부담은 평균 7000원가량 줄어들게 된다.손보업계는 그러나 손해율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5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1.8%로 집계됐다.지난해 12월 말 대형 손보사들의 평균 손해율이 92.4%였던 점을 감안하면 개선된 수치이지만, 전년 동기(81.2%)와 비교할 때 차이가 크지 않다.통상 보험업계에선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 선으로 여긴다. 손보사들은 손익분기점 수준을 간신히 방어하고 있지만, 올해 차보험료 손해율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동차보험에선 수익성 제고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며 "손해율 증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는 것은 당국의 '상생' 의지에 따라가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