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미국이 관세 부과하면 동일 규모로 대응"캐나다 역시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양측 모두 손해 보는 '치킨 게임' 전개 관측
  • ▲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행사 중 군중에게 손짓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행사 중 군중에게 손짓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캐나다와 멕시코가 '보복 관세'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의 25% 관세 부과 예고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맞고만 있지 않겠다"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동일한 규모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는 자동차, 가전, 농축산물 등 주요 미국 수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은 "미국은 강국이지만, 멕시코가 경제적 약세 국면도 아니다"며 "물고 물리는 관세 부과 고리가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멕시코의 강경 대응은 역내 무역 시장에 긴장감을 키웠던 7년 전 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라는 게 현지 매체들의 진단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전 정부는 2018년 5월31일 트럼프 1기 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산 철강류를 넘어 농축산물에까지 대응 관세 대상 품목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미국은 해당 조치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이후 보고서에서 '멕시코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그 규모는 26억 달러(3조6000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짚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이날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국 소비자는 과일, 채소, 육류, 자동차, 가전 등 상품에서 더 비싼 가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조치는) 전략적 실수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서 멕시코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멕시코 정부에 따르면, 멕시코는 2023년 미국으로 4901억달러를 수출해 대미 수출액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 규모는 2554억달러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냈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가 글로벌 통상의 거대 축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에 근거해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 분쟁화할 명분도 충분한 상황이다.

    트럼프로부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취지의 굴욕적 언급까지 들었던 캐나다 정부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주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보복 관세를 시사한 바 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도 "우리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트럼프가 앞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도 행동할 것"이라며 "우리는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진행한 언론과의 문답에서 '캐나다 등이 오늘 밤 내일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 지금 당장은 없다"고 답했다.

    이는 캐나다·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계획대로 2월1일에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율 관세를 무기로 선공을 가한 미 트럼프 정부에 멕시코, 캐나다가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누가 더 큰 손해를 입는지 보자는 식의 '치킨게임'이 벌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