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관세 무기화' 실현에 그림자 드리운 국내 증시…2~3%대 급락세 트럼프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위대한 미국 위한 대가…결과는 눈부실 것"캐나다 "美제품에 25% 보복 관세 적용"…중국 "WTO에 미국 제소하겠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자 우리 증시에 또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관세 무기화가 본격 실현하면서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증시 폭락의 재현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8.63p(1.93%) 내린 2468.74에서 출발해 이날 오전 10시24분 기준 2~3%대 약세를 기록하며 2455.47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만 홀로 6998억 순매수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001억 원, 3373억 원 순매도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3원 오른 1463.0원에 출발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달러화 강세 폭이 확대됐다"면서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 확대 속에서 변동성도 커질 전망으로 트럼프 관세 리스크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추가 순매도 그리고 춘제 연휴 이후 위안화 추이 등도 주목할 변수"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모두 동반 하락세다. 삼성전자(-2.48%), SK하이닉스(-4.92%), LG에너지솔루션(-3.27%), 삼성바이오로직스(-0.83%), 현대차(-2.43%), 기아(-5.49%), 셀트리온(-2.62%), KB금융(-2.62%), 삼성전자우(-2.56%), NAVER(-0.23%) 등이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발해 보복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언급하는 등 이번 주 증시 변동성 핵심은 관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 서명 관련 영향이 불가피하며 딥시크 충격 여파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락 폭이 점차 확대될 것이란 우려다. 도널드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의 흐름이다. 관세 부과는 오는 4일부터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캐나다에 수천억 달러의 보조금을 이유 없이 지급하고 있다"며 "미국의 지원 없이는 캐나다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고 캐나다는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미국 내 언론의 비판을 반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통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반드시 치러야 할 가치 있는 대가"라며 "우리는 상식으로 운영되는 나라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눈부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1~3위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 무기화' 선언을 하자 각국은 잇따라 반발했다.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이 25%의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도 "세계무역기구에 미국을 제소하겠다"고 거세게 맞섰다.

    미국 내 언론들도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통상전쟁"이라고 꼬집었고 블룸버그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존 머피 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대통령이 무너진 국경이나 펜타닐 재앙과 같은 주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옳다"면서도 "국가비상경제법에 따른 관세 부과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 제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경제 쇠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보호무역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미국철강노조(USW)마저 "캐나다와 같은 주요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관세는 캐나다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국경 양쪽의 산업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도 구체적 대응책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 B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25% 관세 부과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양국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라고 짚었다.

    미국 인접국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3일(현지시간) 캐나다, 멕시코와 관세 관련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연합(EU) 대상 관세 부과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전선의 확전이 불가피한 모양새다.

    한편 과거 트럼프 1기 관세 전쟁 당시 국내 증시 외국인들의 강매도세로 2600에 육박했던 코스피 지수가 1996까지 폭락한 바 있다.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관세 부과만으로도 1기 당시 관세 전쟁 규모를 넘어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