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사채 발행, 이자 받으면서 시세 차익 가능LG화학, LG엔솔 주가 하락에 추가 EB 발행HD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주가 상승에 투자자 차익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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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섰던 HD한국조선해양과 LG화학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LG화학은 EB의 교환권이 행사되지 않은 채 만기를 앞두고 추가 EB 발행에 나서면서 이자 부담과 주가 희석 우려는 커진 반면 HD한국조선해양 EB 투자자들은 빠르게 투자 회수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먼저, 오늘의 주인공 회사채의 한 종류인 교환사채(Exchangeable Bond, EB) 개념에 대해 짚어볼 텐데요.이는 특수 권리가 포함된 채권으로, 채권이지만 일정 조건이 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대개 기업 구조조정이나 투자 유치 시 활용되고 있습니다.전환사채(CB)는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라면 교환사채는 발행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의 주식으로 바꾸는 것입니다.A회사가 돈이 필요해서 B회사에 교환사채를 1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고 가정해봅니다. B회사가 A회사에게 1000억원을 빌려준 대신, A회사는 자신이 가진 C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준 것입니다.훗날 B회사는 이 채권을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아니면 교환 권리를 행사해서 B가 가진 C회사의 주식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그럼 왜 이렇게 복잡하게 거래를 하는 걸까요? B회사 입장에선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주식을 직접 팔지 않기에 주가 하락이나 이미지 손상을 피할 수 있죠.A회사는 이자를 받으면서도 향후 교환 대상 주식의 주가가 상승했을 때 교환을 통해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지난 16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10억달러(1조3945억원) EB 발행에 나섰는데요. 이는 지난 2년 전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담보로 약 2조6000억원 규모 EB 발행과 무관치 않습니다.보통 회사가 EB를 발행한 이유는 말 그대로 돈이 필요해서입니다. LG화학 역시 그러한데요.LG화학은 2년 전에도 LG엔솔 주식을 담보로 약 2조6000억원 규모 EB를 발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교환가액은 68만7500원이었는데, 지난 22일 기준 주가는 27만4500원까지 하락했습니다.당연히 투자자들이 주당 30만원 넘는 손해를 보면서 주식으로 교환할 리가 없습니다. 교환권은 사실상 무용지물로, 풋옵션 청구가 예상되면서 해당 원금과 이자를 보상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진 상황입니다.즉 LG화학은 풋옵션 청구를 고려해 차환 목적으로 추가 EB 발행에 나선 것인데요. 실제 LG화학도 이번 자금 모두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차환 발행 과정에서 조건은 더 나빠졌는데요. 신규 EB는 프리미엄이 10%로 줄었고, 이자율은 연 1.25%에서 연 1.75%로 높아졌습니다.교환 가능 주식 수는 기존 181만1188주에서 412만9404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같은 금액을 조달하면서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이자와 주가 희석 우려는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반면 HD한국조선해양 EB 투자자들은 빠르게 투자 회수에 나서고 있는데요.최근 HD한국조선해양은 EB 교환 청구에 따라 사채를 HD현대중공업 37만4957주로 교환했다고 공시했습니다.지난달 25일 14만4213주, 29일 5만7686주, 30일 2만8843주에 이어 이달 7일 8만6525주, 16일 5만7686주 등 총 5거래일에 걸쳐서 이뤄졌습니다.앞서 지난 2월 HD한국조선해양은 연구개발과 해외법인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600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는데요.HD한국조선해양 교환사채의 교환 주식은 HD현대중공업 173만576주입니다. 교환기간은 지난 3월31일부터 2030년 2월 28일까지, 교환가는 34만6705원인데요.지난 22일 종가 기준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39만4000원. 교환기간 내에 HD현대중공업 주가가 교환가보다 높아지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교환가 기준으로 총 1300억원 규모 주식이 전환된 것으로, 투자자들이 200억~300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분석됩니다.앞으로 교환 청구할 수 있는 HD현대중공업 주식은 135만5619주가 더 남아 있는 상황인데요.향후 주가가 교환가액보다 더 높게 형성되면 투자자들이 사채를 HD현대중공업 주식으로 교환해 차익을 더 남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HD한국조선해양은 주식 전환 이후에도 HD현대중공업 지분 74.6%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추가로 주식이 전환되더라도 지배구조는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조선업황 강세 속 HD현대중공업 주가 상승에 HD한국조선해양 EB 투자자들은 활발히 차익 실현하고 있는 반면 배터리 업황 둔화로 인한 LG에너지솔루션 주가 부진으로 LG화학의 이자 부담은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