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2차전지 TOP 10’, 5월 3.90% 하락 … 테마 지수 하위 2위IRA 폐지 추진·에코프로머티 MSCI 편출·포스코퓨처엠 유증 등 겹악재“IRA 폐지 시 국내 기업 타격 불가피” vs “이미 주가에 선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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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줄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의회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폐지를 추진한다는 소식과 에코프로머티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출, 포스코퓨처엠 유상증자 등이 겹악재로 작용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IRA 폐지 법안이 확정될 경우 국내 2차전지 업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주가에 해당 이슈가 선반영돼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50분 기준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장(2417.86)보다 0.35% 내린 2409.39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86만주, 1089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에코프로머티가 1.89%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고 ▲SKC(-1.51%) ▲에코프로(-1.28%) ▲삼성SDI(-1.04%) ▲에코프로비엠(-1.01%) ▲SK이노베이션(-1.00%) ▲포스코퓨처엠(-0.52%) ▲LG화학(-0.49%) ▲POSCO홀딩스(-0.40%) 등이 동반 약세다. LG에너지솔루션 홀로 0.64% 오름세다.

    이들 종목은 이달 들어 약세장을 이어오고 있다.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3.90% 하락했는데, 이는 수익률 기준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 ‘KRX 바이오 TOP 10’ 지수(-4.24%)에 이은 하위 2위다.

    같은 기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줄약세를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8.99% 급락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7.66%)‘ ▲KB자산운용 ’RISE 2차전지TOP10(-4.28%)‘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2차전지&친환경차액티브(-1.19%)‘ 등도 하락했다.

    이처럼 2차전지 섹터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IRA의 조기 폐진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영향이다. 앞서 미 공화당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오는 2027년 폐지하는 세제 법안을 공개했다.

    IRA는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 광물·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가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한 법안이다. 당초 IRA는 세액공제 시한을 2032년 12월 31일로 규정했지만, 미 하원 공화당 법안은 2026년 12월 31일로 6년 앞당겼다.

    이번 법안은 세입위원회에서 발의한 것으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지난 3월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21명이 하원 세입위원회 지도부에 IRA 세액공제 존치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들은 세액공제를 폐지할 경우 예산안 처리에 반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후 지난 4월에는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이 IRA 세액공제를 완전히 없애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공화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국 상원의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으로 공화당 의원 중 4명만 IRA 폐지에 반대 목소리를 내도 법안이 유지될 수 있는 구조로 풀이되고 있다. 

    IRA 폐지 법안이 하원 통과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만일 통과가 되더라도 상원에서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부터 IRA 폐지를 강조해 왔던 만큼 해당 법안 폐기가 확정된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조금 폐지로 실구매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미국 전기차(BEV·PHEV) 시장은 2026년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며 구매세액공제 폐지로 인한 수요둔화로 생산 역시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셀 업체들의 세액공제 혜택은 수요에 비례해 감소할 전망”이라며 “연초 이후 유럽의 전기차 판매 강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시장은 미국의 다운사이드 리스크(IRA·관세)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미국보다는 유럽향 판매 비중이 크지만,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까지 감안하면 미국 노출도가 더 크기 때문에 이번 초안이 확정되고 난 뒤 종합적인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유럽과 더불어 한국 이차전지 주 시장인데, 최대 7500달러의 세제 혜택 종료는 소비자의 내연기관차(ICE) 구매를 촉진시킬 것이기 때문에 IRA 세액공제 조기 종료는 미국 전기차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1분기 국내 이차전지 3사의 영업이익 소계는 -231억원으로 AMPC 7379억원을 제외하면 76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돼 AMPC 영향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이 IRA 폐지를 선반영한 만큼 주가 측면에선 리스크가 해소된 것이라고 봤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구매보조금 폐지 및 생산보조금 유지’라는 가정하에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고 판단한다”며 “수요 보조금이 없더라도 배기가스 규제 및 자율주행 경쟁으로 인한 공급자 주도의 전기차 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는데, 이때 연평균 10% 대의 시장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며 최근 낮아진 실적 추정치를 통해 현재 컨센서스에는 수요 보조금 폐지가 반영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에코프로머티가 지난 14일 MSCI 5월 정기 리뷰에서 지수 편출이 결정된 점도 투심을 악화시켰다. 에코프로머티는 올해 이차전지 업황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되며 주가가 20%대 하락했다. 이에 따라 MSCI 유동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편출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퓨처엠이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점도 투심을 얼어붙게 했다. 이번 유증은 시가총액(약 9조원)의 11%에 달하는 대규모인데,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늘려 주가를 떨어트리기 때문에 악재로 꼽힌다.

    포스코퓨처엠은 신주 1148만3000주를 1주당 9만5800원에 발행해 1조1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기존 주주에게 배정한 뒤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 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식 수는 현재(7746만3220주)보다 14.8% 늘어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내달 17일, 신주 발행가는 오는 7월 16일 확정될 예정이다.

    이차전지 업종에 겹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주가 하방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을 기대하게 하는 6가지 긍정적 요인들이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먼저 지난해 4분기를 바닥으로 실적 반등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고 주요 광물의 가격 하락·하향 안정화가 전기차 원가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배터리 견제가 강화되고 있어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이 연구원은 “뉴 모델Y와 로보택시 등 테슬라발 긍정적인 뉴스들이 이어질 전망이며 일본 OEM·배터리 업체들의 러브콜로 국내 업체들의 고객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수요를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종목들은 5월부터 일시적 수요 증가로 인한 컨센서스 상회하는 상반기 실적, 환율 영향, 낮아질 관세 불확실성 등으로 섹터 트레이딩 기회가 올 것”이라며 “현재 전기차 산업에서 배터리 기술의 핵심 방향성은 ‘롱레인지 구현을 위한 가격 경쟁력, 고에너지 밀도, 그리고 안전성 확보’로 ‘46시리즈 관련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