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MBC에 자체 조사 지시오요안나 사건,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가 쟁점뉴진스 사건과 유사… 연예인 근로자성 논란 재점화
  • ▲ 고(故) 오요안나씨.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 고(故) 오요안나씨.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씨가 정직원이 아닌 '프리랜서' 신분이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4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고용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은 지난 31일 MBC 측에 오씨 사건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MBC는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프리랜서 신분이었던 오씨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한다.

    김효신 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현행법상 프리랜서는 근로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대상이 아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려면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 또한 근로자로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씨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었다면 근로기준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법적 한계는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뉴진스 멤버 일부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고용부는 연예인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오씨 사건도 뉴진스 사례와 유사하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최근 프리랜서 아나운서 및 기상캐스터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오씨 사건의 경우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22년 서울행정법원은 MBC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방송작가들을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지난해 대법원은 KBS에서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와 4년간 일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UBC울산방송에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했던 기상캐스터 및 아나운서도 근로자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는 △업무 내용이 회사에 의해 정해지는지 △취업규칙이나 복무 규정을 적용받는지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속을 받는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오씨가 MBC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자와 유사한 조건에서 일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MBC는 현재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오씨 사망과 관련된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법적 판단이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아 프리랜서 신분의 근로자성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 노동계 인사는 "방송업계는 관행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을 통해 사실상 직원과 같은 방식으로 근무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이 프리랜서 노동자의 법적 보호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