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억 배럴 원유 달러로 수입환율 10원 상승 시 1000억 환차손정제마진·국제유가도 비우호적 흐름정유사,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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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오일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환율과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자본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가뜩이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약세에 시름 중인 정유업계가 유탄을 맞은 형국이다. 정유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확대, 수익성 방어를 모색하고 있다.4일 업계에 따르면 올 1월 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1달러로 지난해 4분기 평균 5달러에서 크게 낮아졌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가·운임 등 비용 등을 뺀 것으로,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연초부터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국제유가와 환율까지 출렁이며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환율과 유가는 정제마진과 함께 정유사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변동성이 심할수록 수익성 관리가 어려워진다.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일 원·달러는 전거래일 대비 14.5원 오른 1467.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3일(종가 1470.8원) 이후 최고치로, 지난달 31일(+21.4원)에 이어 이틀째 급등세다. 1466.0원에 장을 시작한 환율은 장중 1472.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글로벌 관세전쟁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며 달러 가격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언급하면서 달러값과 함께 금값도 치솟는 등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달러화로 수입해 정제과정을 거쳐 제품을 판매하므로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연간 10억배럴 가량의 원유를 해외에서 달러화로 구매 중으로, 환율이 10원 상승할 시 연간 약 100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정유업계는 국제유가 흐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63달러(0.87%) 상승한 배럴당 73.16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 대상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75.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캐·멕 관세를 1개월 유예하자 72.08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출렁였다.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과정을 거쳐 2~3개월 뒤 판매한다. 판매 시점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마진(차익)이 줄어 정유사 수익성이 하락한다. 반대로 상승 시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수요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결국 변동성이 클수록 경영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정유사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종은 철강, 이차전지업종과 함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내수 비중이 크다. 이들 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으로 발생한 손실을 수출 이익으로 온전히 상쇄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유사는 수출량을 더 늘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국내 정유사의 지난해 원유도입량 대비 수출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정제마진 약세로 경영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서 이룬 성과로 꼽힌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항공유 수출량이 증가한 점이 눈길을 끈다.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24년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수출한 전제 석유제품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4억9045만 배럴로, 2018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 9억3465만 배럴 중 52.5%를 정제해 수출한 셈으로 수출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휘발유는 1억1189만 배럴, 경유는 2억166만 배럴로 석유 수출통계가 작성된 199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항공유 수출량은 8826만 배럴로 전년 대비 3% 늘었다. 국가별 수출량은 호주(18%), 일본(12.9%), 싱가폴(12.5%), 미국(8.8%), 중국(8.7%) 순으로 집계됐다.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경제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에너지·통상 정책 영향 등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져 석유제품 수출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유업계는 정제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국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에 주력해 석유제품 수출의 질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