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약펑위, 3차 치료제로 트로델비 급여 적정성 인정혁신성 인정 신약 '접근성 제고' 첫 사례 지난해 급여 진입 '엔허투' … 저발현 대상 기준확대 요구
  • ▲ ADC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와 엔허투
    ▲ ADC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와 엔허투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 유방암 치료제가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다. 지난해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성공한 이후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리는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가 최근 급여권 문턱을 넘었다.

    7일 정부와 의료계, 환자단체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 6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열어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트로델비를 3차 치료제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추후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 의결이 있으면 제도권 진입이 확정된다. 
     
    트로델비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항암사업부를 만든 이후 첫 항암 신약이다. 최초의 Trop-2(영양막 세포 표면 항원-2) ADC로 지난 2023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후 '두 번 이상 전신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중 적어도 한 번은 전이성 질환에서 치료받은 절제 불가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성인 환자' 대상 3차 치료제로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가 모두 없는 유방암을 말한다. 다른 유방암보다 뇌와 폐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치료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마지막 옵션으로 트로델비가 존재한다.

    신약가격 결정 시 참조하는 A8 국가(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캐나다)를 포함한 전 세계 35개국에서 급여 적용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제도권 진입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의 불편이 컸다. 

    트로델비는 1사이클(3주) 약값이 약 1500~2000만원에 이른다.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비급여 약제비 부담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우며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에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이자 '우리두리구슬하나' 환우회 대표였던 고(故) 이두리 대표는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한 채 지난해 11월 36세의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한국한자단체연합회는 "모든 치료에 실패한 4기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트로델비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환자들이 신속하게 트로델비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합리적인 재정 분담 방안을 마련하라"고 호소한 바 있다. 

    약평위 통과는 큰 허들을 넘은 단계로 약가협상 등 절차를 거쳐 제도권 진입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심평원 측은 "혁신성이 인정되는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추진된 제도 개선의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앞서 심평원은 질병 부담이 큰 중증 난치질환 치료제로 위험분담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위험분담 약제에 급여 확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

    ◆ 반쪽짜리 엔허투 급여화, 급여 확대 요구 
     
    또 다른 ADC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는 지난해 급여권 진입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환자들 사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배제됐기 때문에 약값 부담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FDA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 관련 '이전에 1회 이상 내분비요법을 받은 경험이 있는 HER2 초저발현(HER2-ultralow: 막 염색이 있는 IHC 0점) 전이성 유방암'에도 적응증을 허가했다.

    HER2 저발현을 넘어 초저발현 환자 대상으로도 약제의 효과가 입증된 것인데 국내에서 급여 적용은 제한적이다.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환자는 연간 약 8000만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장은 "엔허투 급여 적용이 되는 환자군은 매우 협소하다"며 "많은 회원들이 약값 부담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국제적 지침 변화에 입각해 국내에서도 저발현으로 급여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