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시 기술수출보다 거래 규모 큰 데다 불확실성도 제거'M&A 추진' 네옥바이오, '이중항체 ADC' 美 FDA IND 준비올 들어 기술수출 8조 성과 … 연간 흑자전환 등 '장밋빛' 기대개발·인허가·상업화 등 불확실성에다 R&D 지속 … 재무안정 요원
-
- ▲ 에이비엘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연이은 대형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린 에이비엘바이오가 미국 자회사인 '네옥바이오(NEOK Bio)'의 기업가치를 키워 빅파마로 매각을 추진한다. 화이자에 인수된 멧세라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M&A가 안 되더라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밸류업을 노린다.K-바이오 기술수출 기록을 다시 쓴 데 이어 바이오기업 최초 글로벌 대형 M&A에서도 족적을 남겨 명실상부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도약할지 관심이 쏠린다.3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네옥바이오의 M&A를 목표로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독자적 신약개발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ADC 전문 자회사 네옥바이오를 공식 출범시켰다.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네옥바이오가 신약 개념증명(PoC)을 거쳐 M&A까지 가능한 계약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정확히 (화이자에 인수된) 멧세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따르고자 한다"고 밝혔다.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빅파마에 기술이전하는 것을 넘어 인수 또는 합병까지 성공한 사례는 없다. 기술이전 계약으로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로열티 등이 임상·허가 등 불확실성에 좌우되는 반면 M&A는 계약과 함께 확실한 현금 수령이 보장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더구나 M&A 규모는 기술이전 총액보다 크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사상 최대 규모였던 미국 머크(MSD)와 알테오젠간 기술이전 계약이 38억6500만달러였던 반면 올해 MSD의 M&A 규모는 베로나파마 100억달러, 시다라테라퓨틱스 92억달러에 달한다.네옥바이오가 빅파마에 인수되면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 바이오기업 최초로 빅파마의 지분투자를 받은 데 이어 또 다른 최초 업적을 남기게 된다.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22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릴리가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GrabBody)-B'의 잠재력을 긍정 평가하고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네옥바이오는 이중항체 ADC 신약후보물질인 'ABL206'과 'ABL209'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 중이다.이중항체 ADC는 두 개의 다른 특성을 지닌 항원을 표적으로 해 암세포에 정확히 결합하고, 암세포 내부로 빠르게 침투한다. 이에 따라 기존 단일항체 ADC 대비 개선된 안전성과 우수한 치료효과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내년 하반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두 물질의 비임상 데이터를 공개하고 2027년 임상 1상 중간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ABL206은 ROR1과 B7H3, ABL209는 EGFR과 MUC1이라는 항원을 표적으로 삼는다.이상훈 대표는 "기존에도 ROR1과 MUC1을 각각 표적으로 하는 단일항체 ADC는 개발되고 있었지만, 고형암에서는 별로 효능이 없어 혈액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고형암에서 효능을 높이기 위해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실제 비임상 데이터에서 단일항체 ADC보다 훨씬 효능이 좋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그러면서 "ADC 임상은 기존 이중항체보다 분석과 생산비용이 두 배 이상 소요되는 고비용 구조지만,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해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실제 에이비엘바이오는 네옥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9월 네옥바이오에 3700만달러(약 4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데 이어 10월에는 ABL206과 ABL209의 글로벌 임상 및 상업화 권리를 현물 출자해 1000만달러(약 143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취득했다.현재 네옥바이오의 지분은 마얀크 간디 네옥바이오 대표 지분(4.74%)을 포함해 에이비엘바이오가 100% 보유하고 있다. -
- ▲ 네옥바이오 성장 전략. ⓒ에이비엘바이오
네옥바이오의 M&A가 실제 성사된다면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 바이오업계 대장주로 등극할 전망이다.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올 들어 그랩바디-B 기술로만 누적 8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를 올렸다. 4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와 4조1000억원 규모 계약에 이어 11월에는 일라이 릴리와 3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이러한 성과는 모두 그랩바디-B 플랫폼의 경쟁력에서 비롯됐다.그랩바디-B는 약물의 뇌혈관장벽(BBB) 투과를 돕는 플랫폼 기술이다.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의 최대 장벽인 BBB 투과율을 높여 약물이 잘 침투할 수 있도록 하는 '셔틀' 역할을 한다. 이에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신경 퇴행성 뇌 질환 신약을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연이은 성과에 에이비엘바이오가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가 최근 두 건의 기술이전 계약으로 받게 되는 선급금은 1325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334억원의 네 배 가까이 된다. 지난달 체결한 릴리와의 계약금까지 올해 매출에 반영될 경우 지속한 적자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이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보유 현금만으로 약 2년 6개월까지 버틸 수 있다"며 "일라이 릴리로부터 계약금을 연내 받는다면 올해 흑자전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단기적인 전망은 장밋빛이지만, 과제도 분명 존재한다. 매출이 아직 기술이전 성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기술의존의 경우 바이오기업의 초기 자금 확보에 유리한 방법이지만, 지속가능한 수익구조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총 계약금액이 아무리 높아도 계약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선급금 규모는 5% 안팎이며 이외 후속 마일스톤이나 판매 로열티는 조건부 지급이다.일라이 릴리와의 선급금도 4000만달러로, 총계약금 26억200만달러의 1.53%에 불과하다. 이를 제외한 금액은 개발, 허가·상업화 마일스톤 등으로 받을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을 '성과형 구조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외형상 3조원대 거래지만, 실질 현금유입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전체 계약금의 98% 이상이 불확정성과형으로 구성돼 단기 재무개선 효과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올해는 흑자로 전환하더라도 내년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이번 거래에 대해 실질적 '조달'의 의미보다는 상징적 '기술검증'에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도 있다. 성과형 계약 구조의 경우 글로벌 기술이전(LO) 시장에서는 일반적이지만, 즉각적인 자금 인식은 기대하기 어렵다.현실적으로 향후 수년간 추가로 현금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일스톤이 임상과 허가 단계별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형 제약사와의 협업은 신뢰도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회계상 현금 인식은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뿐만 아니라 기술계약을 체결한 파이프라인 외의 프로젝트에도 지속해서 연구개발비가 투입되고 있다. 지속적인 적자의 원인이다.사업보고서를 보면 연결 기준으로 실적이 공개된 2021년 이후 경상연구개발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의 경우 72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비용 740억원의 97.4%가 이미 투입됐다.이에 외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자체 수익창출원을 마련하는 것이 다음 과제로 꼽힌다. 다만 에이비엘바이오는 지금과 같은 R&D, 기술이전, 재투자 구조를 지속할 방침이다.이 대표는 "기술이전 마일스톤 유입시점에 따라 현금흐름이 달라질 수 있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히든 코스트 같은 변수도 있지만, 외부자금 조달보다는 자체 기술이전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우린 R&D 중심 회사이기 때문에 흑자 자체가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다"라며 "이러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