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 365일장(광장시장 그로서리 매장) 대표 인터뷰 광장시장 커피숍으로 시작된 변화 … 줄 서는 핫플로365일장과 팝업스토어 노점 기업들 테스트베드 활용"전통시장과 조화가 원칙, 신뢰 쌓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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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장시장에서 3대째 빈대떡 가게를 운영하며 전통을 이어온 추상미 365일장(광장시장 그로서리 매장) 대표는 현대적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시도에도 도전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지역(Local)과의 협업(Collaboration)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에 그치지 않고 관광, 문화, 기업의 창의력을 결합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불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 지금, 이러한 협업은 지역과 기업 간 상생을 위한 기회이자 지속 가능한 새로운 경제 모델로 더욱더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편집자주]서울에서 로컬(local)은 어디를 떠올릴까. 아마도 전통시장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 최초 상설시장으로 1905년 개장해 12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광장시장은 현재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좁은 골목, 낡은 간판, 노점과 좌판이 가득해 옛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이곳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가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며 ‘힙(hip·트렌디·개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주로 찾는 곳이었다.이 변화의 중심에는 광장시장에서 3대째 빈대떡 가게를 운영하며 전통을 지켜온 동시에, 현대적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는 추상미 365일장(광장시장 그로서리 매장) 대표가 있다. 그에게 광장시장의 변화 과정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
- ▲ 오리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장시장에서 팝업 스토어를 두 차례 열었다. 지난 20일 오리온 알맹이 팝업 스토어 모습.ⓒ서성진 기자
◇ 커피숍으로 시작된 변화광장시장의 첫 변화는 커피숍에서 시작됐다. 추 대표는 “2004~2005년 당시만 해도 시장 안에는 커피를 마시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새벽부터 카트를 끌며 믹스커피를 타서 상인들에게 건네는 풍경이 익숙한 곳이었죠”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하지만 시장 외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1999년 한국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었고, 2004년에는 100개 매장을 돌파하며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커피 문화가 확산됐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광장시장도 그에 맞춰 변화를 맞이할 필요가 있었다.추 대표는 “그때 365일장 위치한 건물 1층에 커피 전문점을 열었고, 예상보다 시장 상인들이 먼저 좋아해 주셨어요. 처음에는 낯설어하시기도 했지만, 쉬어갈 공간이 생기니 반응이 긍정적이었죠. 이후 젊은 손님들도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커피숍 운영을 통해 시장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은 추 대표는 '365일장'과 매장 앞 공간을 팝업스토어로 운영하며 그 변화를 더욱 확장해 나갔다.추 대표는 “전통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젊은 소비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있는 요소를 더해 시장을 찾게 만들고 싶었습니다”라며 “저 역시 광장시장이 늘 같다면 사람들이 찾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
- ▲ 광장시장에서 즐기는 멕시칸 스트리트 푸드와 데킬라 칵테일 팝업 스토어. 광장시장 365일장 앞 노점에서 3월22일까 진행된다.ⓒ365일장
◇ 제주맥주부터 흑백요리사 열풍까지 문화 실험 공간으로 자리잡아광장시장이 팝업스토어 공간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추 대표는 가장 먼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2023년 5월, 첫 팝업스토어로 선보인 제주맥주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약 24일 동안 1만 명 이상이 매장을 찾았다.이후 멕시 막걸리(7월), 용용선생(10월)과 협업한 팝업스토어가 큰 화제를 일으켰고,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에 오리온과 협업해 진행한 ‘알맹이 팝업스토어’도 인기를 끌었다.그 결과, 365일장은 광장시장에서 새로운 문화 실험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전통시장 안에서 ‘힙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며, 광장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닌 젊은 세대와 관광객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변모했다.추 대표는 “광장시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약 40%에 달합니다. 그래서 365일장 팝업스토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많아요”라고 말했다.365일장 노점의 팝업스토어 일정은 5월까지 꽉 찼다. 지난 22일부터 ‘라까예’와 ‘돈 훌리오’가 협업한 팝업스토어가 운영 중이다. 광장시장에서 즐기는 멕시칸 스트리트 푸드와 데킬라 칵테일 조합이 SNS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 ▲ 이곳 365일장 편집숍에서는 도심 한복판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소품들이 많이 판매된다. 고무신, 액막이 상징으로 여겨진 명태 열쇠걸이, 한복 원단으로 만든 와인 가방 등 옛 것과 현대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박스 상자를 잘라 무심한 듯 써놓은 손글씨 메뉴판이 더 힙하다고 느껴지는 곳이다.ⓒ서성진 기자
◇ 팝업스토어, 전통시장과 조화가 원칙추 대표는 광장시장의 전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팝업과 굿즈 등의 콘텐츠를 선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시장 내에서 판매되는 음식과 겹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격도 시장의 특성에 맞게 조율하고 있다.그가 365일장을 오픈한 후 첫 번째 기획 굿즈로 자개 와인 오프너를 출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추 대표는 “광장시장의 45년 전통 옻칠 상점과 협업해 자개 와인 오프너를 제작했습니다. 한복 원단으로 만든 와인 가방도 이곳 재봉사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설날이나 명절에는 상인들과 함께 차례상을 준비하고, 광장시장 투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현재 추 대표는 막걸리 파우더 키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광장시장에서 판매하는 막걸리와 중복되지 않도록 특정 기업과 협업해 파우더 형태로 만든 막걸리를 준비 중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구매하고 싶지만 유통기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점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DIY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광장시장에 탕 메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곰탕과 국밥 등을 다루는 팝업스토어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
- ▲ 지난 20일 점심시간인 12시경 광장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인들은 각자 분주히 손님을 맞이하며, 시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전통적인 맛을 자랑하는 빈대떡과 같은 인기 먹거리를 찾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이미현 기자
◇ 2·3세대 상인 유입 활발 … ‘신뢰’는 풀어야 할 과제추 대표는 광장시장 상인들에게 변화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아직 전통시장에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2~3세대 상인들의 유입이 늘면서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외부에서 젊은 상인들도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니언 베이커리, 바리스타 챔피언 커피 일호상회가 입점했으며, 제주도의 한 전통시장 상인도 365일장에서 제주 오란다를 선보인 후 광장시장으로 터전을 옮겼다. 추 대표는 “젊은 상인들의 유입을 보며 시장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하지만 ‘신뢰’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광장시장은 위생 문제와 바가지 요금 등의 논란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인연합회와 종로구청은 상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추 대표는 “가격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으로 개선 작업을 해가고 있습니다. 100% 해결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신뢰를 쌓아가며 시장을 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그는 “광장시장은 서울 중심에 위치한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지속 가능한 전통시장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