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적자늪 벗어나 지난해 영업이익 8조 전망전기요금 인상·SMP 안정화 영향에 실적 개선 총부채 200조대로 연간 4조원대 이자 '발목' 대외 불확실성·한수원과 갈등 등 변수도 산적
  • ▲ 한국전력 사옥. ⓒ한국전력
    ▲ 한국전력 사옥. ⓒ한국전력
    한국전력이 지난해 실적 개선세를 보이면서 4년만에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연이은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도매가격(SMP) 안정세에 힘입은 결과다. 다만 천문학적인 부채는 여전해 재무구조 정상화는 난망이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46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117억원) 대비 48.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8조7925억원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2020년(2조925억원) 이후 4년만에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간헐적이나 꾸준한 요금 인상을 통한 안정적 매출 증가세 기반 위에 에너지 가격 안정화와 발전 믹스 개선 지속으로 영업이익이 지속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3년 동안 대규모 영업적자 늪에 빠졌다. 한전의 순손실은 2021년 5조2156억원, 2022년 24조4291억원, 2023년 4조7161억원으로 3년 연속 이어졌다. 2021년부터 시작된 에너지가격 급등에도 원가 이하의 전기를 공급한 영향이다. 

    이런 상황 속 한전이 흑자로 돌아선 배경에는 단연 전기요금 인상이 꼽힌다. 202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7차례에 걸친 전기 요금 인상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이 기간 전기요금이 평균 50% 가까이 오른데다 원전 거래 비중 상승으로 SMP도 낮아져 전력 구매 비용을 아낀 것도 주효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10월 전기요금 인상 효과로 매출은 증가하는 가운데 성수기 진입 전 높은 예비율로 SMP가 낮아짐에 따라 구입전력비 부담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실적 역시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루지만 그럼에도 재무구조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여전히 200조원이 넘는 부채와 그로 인한 연간 4조원대의 이자 부담이 한전의 발목을 잡고 있고,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2023년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 부채는 202조8900억원에 달한다. 이 여파로 한전은 2023년 이자비용만 4조45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지난해 역시 이와 엇비슷한 규모의 이자를 부담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욱이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가 2022년 말 한시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산한 금액의 5배로 늘렸지만 2027년이 되면 기존 한도인 2배로 줄여야 한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원전 건설과정에서 공기 지연 등으로 발생한 최대 1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 정산 문제를 두고 국제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만큼 한전이 자금조달에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갈등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12·3 비상계엄 여파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의 여파로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 원료를 해외서 수입하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요금 인상이지만 정치적 부담이 뒤따르는데다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관련 논의도 후순위로 밀린 상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이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증가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전가할 수는 없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 속 한전도 재무구조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솔루션 리더'를 뉴비전으로 선포하고 에너지 신기술·신사업 기반 신성장동력을 확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와 관련 김동철 한전 사장은 "2035년 매출액 127조원, 총자산 규모 199조원, 해외․성장사업 매출 20조원, 총인원 2만 6000명에 달하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