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선 협력 강화 실무협의체 개설산업장관, 조선 패키지 사업 협력 제안美, 30년간 총 364척 신규 함정 필요해 대중 규제 본격화 시 수출 경쟁력 향상
  • ▲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응할 협상 지렛대로 '조선업 협력' 카드가 유력하다. 미국은 쇠퇴한 자국 내 조선업 부흥과 중국의 해양 패권 견제를 위해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으로선 상대적 열세에 있는 조선업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타국과의 조선업 협력이 필수적인데, 한국은 세계 선박건조 역량 2위인만큼 중요한 산업 파트너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28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신임 내각 관계자들과 만났다. 안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면담하고 한미 간 협력 강화방안을 협의했다. 

    특히 양국 우선 협력 분야로 조선업이 꼽혔다. 안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 조선업 파트너십 강화를 협의했는데, 이를 계기로 한미 조선 협력 강화를 위한 실무협의체를 개설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달부터 조선업 관련 실무협의체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조선 협력 분야도 해군 군함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뿐만 아니라 탱커, 쇄빙선 등으로 확대됐다. 안 장관은 미국의 군함, 탱커, 쇄빙선 등 대형 선박을 장기 패키지로 발주할 경우 우선 제작, 납품할 수 있다는 협력안을 제안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관세 협상 카드로 조선업을 꺼내 든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선업 협력을 요청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희망해왔다.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조선업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과 MRO 분야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연설에서도 "선박을 하루에 한 척씩 건조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존 펠란 미국 해군장관 지명자도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한화그룹의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인수를 거론하며 "한화의 자본과 기술을 미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의회가 '미국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 및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미국 내 선박 건조 장려와 조선업 기반 강화를 비롯해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들이 담겼다.

    특히 동맹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미국산 상선을 구하기 어려울 경우 외국에서 건조한 상선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전략상선단에 참가한 선박이나 선주가 미국에서 수리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한 경우 외국에서 수리해도 세금을 면제해 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책 수요에 기반해 한미 해양 산업 협력이 늘어나고 미국의 중국 해양·조선업 규제 본격화에 따른 틈새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트라는 "미국 해군은 신규 함정 조달을 위해 2054년까지 연평균 약 300억달러(42조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향후 30년간 총 364척의 신규 함정이 필요하다"며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등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조선 기업이 미국 정부와 조달 계약을 체결해 선박을 건조하고 공급할 기회가 개방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대중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우리 제품 수출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중 경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요인과 미국 석유·가스 시추 호황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및 원유 운반선과 원유 시추선 등 해양 플랜트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를 기회로 삼아 초격차 기술 선점에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부도 지난해 7월 발표한 초격차 기술 확보 로드맵 'K-조선 초격차 비전 2040'에 따라 친환경·디지털·스마트 3대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