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완화가 쟁점 … 10명 중 7명 "상속 최고세율 낮춰야"전문가들 '유산취득세' 전환 필수 … 정부 개편안 이달 발표부당한 '이중과세' 지적 … "자본이득세로 점진적 변경해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자는 총론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각론에선 이견을 보이며 다시금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추가로 세율까지 인하해야 한다며 세제완화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현행 5억원인 상속세 일괄 공제 한도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각각 8억원, 10억원으로 상향한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과세표준 18억원까지는 상속세를 완전히 면제해 세금을 내지 않는 대상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런 이 대표의 상속세 개편안을 두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실망해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던 화이트칼라와 중산층을 겨냥한 맞춤형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국민의힘은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각각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자녀 공제를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안도 병행하고 있다. 민주당과 달리 고소득자의 세 부담도 완화해 줘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시각이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자녀 1인당 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고 최고세율을 '30억 초과 50%'에서 '10억 초과 40%'로 수정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최고세율 인하 부분에 대해선 반대 입장만을 내보였고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자녀 공제와 세율은 현행대로 하면서도 일괄공제액을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액을 1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제시했다. 다만 임 의원의 안마저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하면서 상속세 개정은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여야 논쟁의 핵심은 '세율'을 완화하느냐 마느냐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세율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50%다.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세를 물리고 있어 최대 60%의 상속세를 내야 해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1위에 해당한다.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 경영을 포기하거나 집안 다툼으로 번지는 사례도 최근에 다수 발생했으며 상속세가 제로(0)인 싱가포르 등 해외로 국적을 옮기는 사람이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상속세는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는 만큼 자산의 해외 도피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속세 제도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개편되지 않으면서 현실과 괴리감이 생겨 징벌적 세금이란 오명까지 얻게 됐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한 결과,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인하하는 것에 대해서 응답자의 69%가 찬성했고, 반대는 19%에 그쳤다.
  •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뉴시스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뉴시스
    ◇전문가들 '상속세 완화' 한 목소리 … "유산취득세로 변경해야"

    전문가들도 구체적인 시기만 차이가 있을 뿐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방향성에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다. 특히 현행 상속세 체계를 '유산취득세'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상속세는 피상속인 재산 전체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실제로 취득한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해 상황에 따라 피증여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작년 11월 열린 유산취득 과세 전문가 토론회에서 "1주택자 등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낮춰줄 수 있어 단순히 유산취득세를 '부자 감세'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과도했던 과세 제도의 정상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는 이달 중으로 유산취득세로의 개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제59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이제 낡은 상속세를 개편할 때"라며 "상속세 공제를 합리화하고 유산취득세로의 개편 방안을 3월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행은 "상속세는 고액 자산가에게 부과되는 세금이었지만 경제 성장과 자산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편이 지체되면서 중산층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산취득세'로의 전환과 함께 점진적으로 '자본이득세' 체제로 방향성을 틀어야 한다는 견해도 눈에 띈다. 소득세 등을 장기간 내며 축적한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란 형태로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부당한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오문성 한반도 선진화재단 조세재정연구회 회장은 "상속세의 문제는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대한 문제이고, 이는 기업의 영속성과 연관된다"며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것이 경영권이 흔들리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상속받은 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질적으로 팔았을 때 양도소득세처럼 세금을 걷는 게 맞다"면서 "상속세를 점차 내리다가 폐지를 검토하는 등 해외 사례처럼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