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구조조정' 외치며 돌연 기업회생 신청한 MBK회생법원은 11시간 만에 절차 개시 허가…"다소 이례적"회생 직전 신용등급 A3- 유지…일주일 만에 '디폴드' 하락
  • ▲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연합뉴스
    ▲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연합뉴스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투자자는 물론 일부 기관 투자자도 많게는 수천 억원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올해 들어 280억 원어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가장 최근 발행은 지난달 21일로 6개월 만기 50억 원 규모다. 홈플러스의 CP, 전자단기사채 등 발행 잔액은 1940억 원 규모로 나타났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지난달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잠재적 자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홈플러스의 입장이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CP와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췄다. 평가사들은 강등 이유로 홈플러스의 이익 창출력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등을 꼽았다.

    단기 신용등급은 A1에서 D까지 총 6개의 등급으로 구성된다. A3의 경우 적기상환능력이 양호하지만 장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수준으로 정의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2015년 2월 A1에서 같은 해 8월 A2+로 낮아진 후 2018년까지 해당 등급을 유지했다. 그러던 2018년 8월 이후 점차 하락하는 듯 했지만 2025년 초 A3-까지 유지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 활동 효율화, 주요 점포 재단장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지속된  자산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상환에도 불구하고 재무 안정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신용등급을 A3에서 가장 낮은 D(디폴드)로 하락시켰다. 한국기업평가는 "금융채무의 적기 상환이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또 홈플러스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을 두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이다.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이 디폴트까지 하락하기 이전 돌연 기업회생 신청을 선택했다. 서울회생법원도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 절차 개시를 허가하면서 다소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MBK를 겨냥한 '먹튀 책임론'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CP와 단기사채 발행 주관은 신영증권과 한양증권 등이 맡았다. 이 중 일부는 개인에게 판매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변제권 1순위에 해당하는 메리츠금융 등을 제외하면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 투자자들의 손실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는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잠재적 단기자금 이슈로 인해 긴급하게 신청된 것으로 사전에 예상됐던 상황이 아니"라며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와 전자단기사채는 물론 신용카드매입채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CP 모두 회생 절차에 따라 승인되는 회생계획에 의해 변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