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관세 4배' 언급·반도체 지원법 폐지 발언 리스크 큰 알래스카 가시관 사업에는 한국 참여 단정 전문가 "정치상황 이유로 美요구에 결정 지연 전략 펼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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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불공정한 우방국'이라며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동맹이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든 가리지 않고 관세 전쟁 타깃으로 삼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주요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의회연설에서 한국을 콕 집어 "한국의 대미 평균 관세율이 미국의 4배나 된다"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많은 방식으로 도와주는데도 우방국이 이렇게 한다"고 주장했다.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캐나다, 멕시코, 중국, 유럽연합(EU)에 '관세 폭탄'을 잇따라 터트렸지만 한국을 거론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을 언급한 이번 발언은 내달 2일로 예고된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 사실상 한국이 포함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8위국으로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자국 무역적자 줄이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 입장으로선 한국 역시 '손봐줄 나라'로 여기고 있을 공산이 크다.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배' 기준은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을 근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 대비 4배 수준이다. 하지만 양자협정이 없는 WTO 회원국에 적용하는 세율로, FTA를 체결한 미국과는 무관하다.지난해 기준 대미 수입품 관세율은 0.79%로 환급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더 낮다.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에 따라 대부분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 상태로, 반도체와 자동차 등 공산품의 관세율은 상호 0%다.이 뿐 아니다. 작심한듯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을 두고 '끔찍한 법안'이라며 폐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주지만 그들은 우리의 돈을 가져가서 쓰지 않고 있다"며 "끔찍한 법안으로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세를 높이면 예산으로 보조금을 주지 않고도 미국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대선 유세 당시에도 반도체 지원법을 두고 "너무 나쁜 거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각각 47억4500만 달러(약 6조8700억원),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 보조금도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번진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70억달러(약 53조원),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 투자를 단행, 미국에 첨단 반도체 팹을 짓되 보조금을 받기로 바이든 정부와 계약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보조금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보조금도 안갯속이다.특히 최근 대만 TSMC가 1000억달러(145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하면서 보조금을 받지 않은 상황 속 대미 투자 압박에 놓이게 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미국 빅테크 업체들을 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해야 하는 삼성전자는 더욱 비상이다. 최악의 경우 약속한 미국 투자는 진행하거나 더 규모를 늘리더라도 보조금 수령에 차질을 빚거나 철회될 가능성이 나온다.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관되게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해온 만큼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도 미국 투자를 줄이는 등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성이 불투명한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리스크가 높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을 두고는 한국 참여를 단정해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한국 등 여러 국가가 각각 수조 달러를 투자해 우리 파트너가 되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관세 장벽을 무기로 한 투자압박이란 해석이다.이 프로젝트는 과거 북극해 인근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경제성 부족으로 엑손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철수해 장기공정한 전례가 있다. 이에 상호관세를 무기로 삼아 동맹국이자 주요 LNG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에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종용하는 모습이다. 해당 사업을 추진할만한 기업으로 한국가스공사가 꼽히나 14조원에 달하는 누적 미수금과 47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어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정부는 앞서 한미 장관급 회담에서 관세·에너지·조선 등 5개 분야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만큼 이를 통해 이슈별로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알래스카 사업을 여러 국가에 의사 타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사업성이) 안된다면 들어가서 할 이유는 전혀 없고 수입선을 다변화 차원에서 어떻게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2019년부터 대미 무역흑자의 80% 가까이가 대미 투자로 환원됐다는 점 등을 강조하는 등 데이터로 미국 설득에 나서야 한다"며 "현재 한국은 리더십 부재 상황인 만큼 각 장관들과 각 산업 협회가 합심해 각개전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김양희 대구대 경제통상금융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는 대외 언론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관세 압박을 풀어낼 대응 카드를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 정치 상황으로 총제·복합적 대응이 어려운 만큼 한국으로서는 리더십 공백을 어필하며 미국 요구에 대한 결정을 지연하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