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 1위 中 … 알리·테무 결제액·이용자만 4조·1700만명신세계·알리 합작법인 설립 … 에이블리 1000억 투자도유통·제조업체 적자 속출 … 생존 위기 속에서의 대응 전략 마련 시급
  • ▲ 쌓여있는 직구 물품들 ⓒ연합뉴스
    ▲ 쌓여있는 직구 물품들 ⓒ연합뉴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뜻하는 C커머스가 빠르게 한국 유통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과 극초저가 전략을 앞세운 이들은 2023년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업체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제품을 공급하던 중소 제조업체들까지 생존 위기에 몰리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마저도 매출 감소와 인력 감축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면 C커머스가 국내 유통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 작년 알리·테무 결제액만 4조·사용자수 1700만명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직구액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4조777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해외 직구액(7조9583억원) 중 중국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는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 업체들의 공세가 강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 C커머스 업체들은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국내 결제액은 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급증했다. 두 업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각각 912만명, 823만명으로 합산 사용자 수만 1700만명에 달한다.

    특히 대규모 자본을 본격적으로 투입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3월 향후 3년간 약 1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국내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G마켓과 알리의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면서 G마켓도 사실상 C머커스 업체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테무 또한 국내에서 오픈마켓 운영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인 판매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향후 이들의 시장 공략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모두 20%로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지난달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10%가 추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C커머스 업체들이 한국을 대체 시장으로 삼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 알리·테무·쉬인 로고 ⓒ각사
    ▲ 알리·테무·쉬인 로고 ⓒ각사
    ◇ 유통업체·제조사, 생존 위기 …  대응 전략 시급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C커머스 업체로 몰리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은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쿠팡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됐다. 각 사별로 11번가 754억원, SSG닷컴 727억원롯데온 685억원, G마켓 67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마트는 지난해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홈플러스는 1994억원이 적자를 봤다.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5% 감소한 65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5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의 68개 점포 총 매출은 39조8003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체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하반기 제조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7.6%가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로 인해 매출과 수주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현재까지는 영향이 없지만 향후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기업도 42.1%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까지 상황에 불과하다. 막대한 C커머스의 자본력을 고려한다면 공격적 행보에 버틸 수 있는 국내 유통 기업은 전무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알리의 시가총액은 255조원(1914달러), 테무를 보유한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233조원(1748억달러)로 쿠팡(290억달러·38조원)보다 약 8배 크다. 

    결국 C커머스 업체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국내 유통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쿠팡이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알리가 2위, 테무가 3위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라면서 "알리와 테무의 이용자가 조금만 더 늘어나면 쿠팡마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통 시장이 C커머스 업체에 장악될 경우 국내 제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로 인해 해외 직구를 선택하면서 국내 산업이 일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에서 1만원에 판매되는 제품을 테무에서 3000원에 살 수 있다면 소비자는 굳이 국내에서 구매할 이유가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직접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역 화폐 지원과 같은 정책을 통해 국내 소상공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