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 규제 … 자립화 서둘러구형 칩 파는 삼성전자 '타격' 불가피새 매출처 찾아야 … HBM 경쟁력 집중
  •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중국이 AI(인공지능)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 H20 판매 호조로 중국에서 최대 매출을 낸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또다른 매출처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고 경제계획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때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칩을 쓰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구형 칩인 H20은 중국 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는 H20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생성형 AI '딥시크'로 촉발된 AI 경쟁은 중국 전반으로 퍼졌다. '마누스', 'T1' 등 후속 모델이 속속 등장하며 중국 내 HBM 수요도 폭증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화되며 기업들은 화웨이 등 자국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해 중국서 최대 매출을 낸 삼성전자에게도 타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엔비디아에 H20용 구형 HBM3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에서 최대 매출을 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 대비 53.8% 급증한 64조92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주 지역(61조3533억원) 매출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제2의 중국'을 찾지 못한 삼성전자는 고부가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HBM3E를 개발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퀄 테스트 통과가 지연되면서 아직 부진한 수주잔고를 기록 중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HBM3E로 빠르게 전환하고, HBM4도 적기에 양산해 시장 지위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해당 제품을 적기에 양산해 고객사에 공급하기 위해 대만 TSMC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특히 삼성전자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 화이트리스트 이후 소부장 자립화에 일부 성공한 사례와 같이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도 점차 개선될 것이고, 구형 칩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