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주총 … 10시부터 주주 입장하며 '지연'법원, 영풍 의결권 제한 … 최 회장 '승기'영풍 "상호주 해소해 의결권 행사 가능" 반발양측 의결권 행사 두고 대립, 파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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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고려아연 주총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 앞에서 노조가 MBK의 경영권 쟁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성진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운명을 가를 정기주주총회 운명의 날이 밝았다. 고려아연은 전날 법원 판단을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태로 주총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의결권 부활을 주장하며 대립할 전망이어서 주총이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28일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총을 열고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 ▲이사 수 상한이 19인임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8인 선임의 건 ▲이사 수 상한이 없음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주총은 예정 시간을 훨씬 넘긴 오전 10시 50분 현재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MBK 측이 제출한 엑셀 데이터가 원본 데이터와 달라 검사인 참관 하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오전 10시가 돼서야 주주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현재 양측 위임장 검수가 진행 중으로, 검수가 최종 마무리되는 대로 개회한다.이날 주총의 쟁점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 여부다. 고려아연 지분율은 영풍·MBK 측이 40.97%, 최 회장 측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34.35%을 보유해 MBK 연합이 앞선다. 그러나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MBK 연합의 지분율이 10%대로 크게 낮아져 최 회장이 우위에 서게 된다.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MBK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주총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해외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에 영풍은 법원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전날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도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손을 들어줬다. 수책위는 이사회 측이 제안한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의 건’에 찬성하기로 했다. ‘이사 수 상한 안건’이 가결되면 고려아연 측 추천 이사는 5명 중 2명을, MBK·영풍 측은 17명 중 2명에 대해 찬성하기로 하며 현 경영진 체제 유지에 힘을 실었다.법원과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최 회장이 주총에서 승기를 잡은 가운데 전날 밤 영풍이 주총에서 상호주 관계를 해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주총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MBK 측이 의결권 행사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할 수 있어 소란이 예상된다.영풍은 전날 정기주총에서 1주당 0.04주를 배당, 상호주 관계를 해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배당에 따라 고려아연 해외 계열사인 SMH의 영풍에 대한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하락했고, 상호주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돼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무효하다는 것이다.고려아연도 전날 밤 늦게 경영진 회의를 열고, 영풍의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의결권 관련 대립이 이어지며 이번 정기 주총도 지난 임시 주총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거나 파행될 전망이다.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총은 당초 오전 9시 열릴 예정이었으나 중복 위임장 집계 문제로 오후 2시께 개회했고, 오후 10시가 넘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