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최태원 회장 등 선혜원 메모리얼 데이1953년 선경직물로 시작해 재계 2위로 도약위기 속 도전 계속 … SK하이닉스 성공 신화섬유→석유·화학→반도체·통신→AI 진화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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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7년 선경의 공장 기공식에 최종건(왼쪽 다섯째), 최종현(왼쪽 일곱째) 회장이 참석한 모습.ⓒSK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보다 싼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일 좋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이 1955년 국내 최초 세탁해도 줄지 않는 ‘닭표 안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한 말이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0년대 오일쇼크 위기에서도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며 구성원들에게 신사업 개척을 독려했다.두 형제의 이 같은 도전과 혁신의 DNA는 SK가 섬유와 석유를 넘어 인공지능(AI) 기업으로서 탈바꿈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SK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4.0버전으로 또 한번 진화의 발자국을 찍어나가고 있다.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창립기념일에 별도 행사를 열지 않고, 특별한 회장 메시지도 내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오너일가와 SK그룹 주요 경영진은 전날 종로구 선혜원에 모여 ‘메모리얼 데이’를 열고 조용히 창립기념일을 기렸다. 선혜원은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이 1968년 사저로 매입해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공간이다.SK그룹은 그룹 모태인 선경직물 창립기념일인 4월 8일을 창립 기념일로 삼고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20주기였던 2018년부터 메모리얼 데이 행사 등을 갖고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 선대회장을 추모해왔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19 이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SK그룹의 조용한 창립기념일은 계열사별 독립경영과 함께 실용 중심의 경영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확대되는 대외 불확실성과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 운영개선(OI) 등 분위기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배터리·에너지 등 주력사업이 노출돼있고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조직슬림화와 비용 절감 등으로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SK는 1953년 4월 8일 최종건 회장이 경기도 수원에서 시작한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을 모태로 한다. 직물 사업에서 시작한 SK는 이후 석유와 화학, 에너지·통신·반도체 등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배터리, 바이오, 첨단 소재를 넘어 AI에 집중 투자하며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해가고 있다. -
- ▲ 최태원 SK그룹 회장.ⓒSK
SK의 성장은 늘 위기와 함께 해왔다. 6.25전쟁 후 폐허에서 선경직물을 세웠고 대연각 호텔 화재는 워커힐 호텔 인수의 발판이 됐다. 전 세계를 강타한 오일쇼크는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인수의 밑거름으로 작용했으며, 모두가 우려했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과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인수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었다.1988년 자산 33조원이었던 SK그룹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15조원으로 28년간 6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재계 순위도 5위에서 2위로 3계단 상승했다.특히 SK하이닉스 인수는 SK 고유의 DNA인 도전정신과 기술제일주의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2011년 7월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을 통해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밝혔을 때만 해도 우려하는 시선이 컸다. 당시 계속된 적자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하이닉스는 시장에서 외면받는 매물이었다. 전혀 해보지 않은 일에 매년 수 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이 불확실한 상황, 높은 변동성 등 위험요소에 따라 SK내부에서도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그러나 반도체 시장에 대한 선구안과 채권단 10년을 견뎌낸 치열한 생존능력 등을 높게 평가한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인수가 이뤄졌다. 그후 창업회장부터 이어져 온 기술제일주의 등 SK고유의 기업문화를 더하며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거듭났다.최 회장의 승부수는 통했다. AI 시대 개화와 함께 그간의 투자가 빛을 발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2012년 인수 당시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부실기업 하이닉스는 전날 기준 시가총액 약 120조원, 코스피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 ▲ SK하이닉스 HBM3E.ⓒSK하이닉스
SK그룹은 지경학적 파고와 리밸런싱이라는 또 하나의 위기를 계기로 섬유→석유·화학→반도체·통신→AI로 ‘SK 버전 4.0’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AI 밸류체인’ 그룹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만류했지만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낸 최종현 선대회장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는 평가다.SK의 AI 밸류체인에는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HBM을 필두로 한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 비서(PAA)를 포함한 AI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기존 에너지 솔루션 사업도 AI 밸류체인과 무관하지 않다. AI 산업이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SK가 강점을 지닌 에너지 솔루션 사업도 성장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SK는 오는 2026년까지 재원 80조원을 확보하고 AI·반도체 등 분야에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