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유예에도 車 관세 계속돼수출 및 공장 가동 중단 … 인력 조정도현대차 반사효과 기대 … 선제 투자 효과
  •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직격탄이 세계 자동차 업계에 전방위적으로 가해진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미국 선제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이른 투자 결정으로 불안정한 대외 정세 속 대응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각)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대상국에 대한 상호관세 발효를 전격 유예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단 향후 90일간 25%의 상호관세 대신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받게 됐다.

    다만 트럼프의 상호관세 전격 유예에도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인하 발표 직후 백악관에서 "(유예는) 상호관세에만 적용된다"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수출을 중단하거나 제조 시설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 공장이 없는 업체들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들 기업은 미국 수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재고 차량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관세 부과 조치가 철회되거나 세율이 조정되기 전까지 미국 내 판매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응해 지난주부터 미국으로의 자동차 출하를 중단했다. 4월 한 달간은 이 같은 조치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 내 공장을 두지 않은 재규어랜드로버는 영국과 브라질, 슬로바키아에 완성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의 아우디 또한 미국에서의 차량 출고를 중단, 재고 차량을 우선 판매하기로 했다. 아우디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자국 경쟁 브랜드와 달리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밖에 스텔란티스는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 가동을 각각 2주, 한 달간 중단하고 미국 엔진과 부품 공장 근로자 900명을 감원했다. 스텔란티스는 미국 공장에서 주요 부품을 생산해 캐나다, 멕시코에서 조립해 판매하는데, 캐나다·멕시코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미국 부품 공장의 일감이 사라진 것이다.

    반면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한 기업들은 저마다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공장의 픽업트럭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미국에 있는 완성차 생산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닛산도 최근 미국 내 완성차 공장 2곳의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철회, 관세에 따른 수출 감소를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국내사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생산 및 조달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기도 한참 전인 지난 2022년부터 미국 내 세 번째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했다는 점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선구안에 대한 호평이 나온다.

    실제 현대차는 올해 들어서도 미국 내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13만881대로 전년 동월 대비 5.5% 늘었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4.1% 늘어난 6만7578대, 기아가 7.2% 늘어난 6만3303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5개월 연속 판매량 증가세다.

    앞으로 현대차·기아는 기존 미국에 보유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과 더불어 HMGMA까지 추가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연간 생산능력은 향후 12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특히 기아의 경우 중형 전기 픽업트럭을 개발해 세계 최대 픽업트럭 시장인 미국 공략을 본격화한다. 이른바 '관세 폭탄' 속에서도 새 시장을 개척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전일 송호성 기아 사장은 '2025 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에 기반한 전기 픽업트럭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연 9만 대 판매, 시장 점유율 7%를 달성해 연간 픽업트럭 판매량만 300만 대를 넘는 미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기아가 해당 픽업트럭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관세 타격을 덜 받는 모습"이라며 "미국 내 점유율 늘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현대차그룹이 향후 글로벌 1위로 올라선 토요타와 같은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