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전해질계면층의 리튬에틸렌모노카보네이트 분해반응이 열폭주 단초"차세대 전지 설계와 안전성 향상에 중요한 토대 제공"에너지소재 분야 세계적 학술지 '美화학회 에너지 레터'에 게재
  • ▲ 30일 부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택시 화재. 소방당국은 도로에 있던 철제물에 의해 차량 배터리가 파손되면서 열폭주가 발생한 것 추정한다.ⓒ연합뉴스
    ▲ 30일 부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택시 화재. 소방당국은 도로에 있던 철제물에 의해 차량 배터리가 파손되면서 열폭주가 발생한 것 추정한다.ⓒ연합뉴스
    연세대학교는 기계공학과 홍종섭 교수 연구팀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고체전해질계면층(SEI)의 분해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유발하는 열폭주 현상의 초기 반응 경로를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배터리 안전성 향상을 위한 핵심 기초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 왼쪽부터 연세대 홍종섭 교수, 김민욱 박사 졸업생, 한양대 김경학 교수.ⓒ연세대
    ▲ 왼쪽부터 연세대 홍종섭 교수, 김민욱 박사 졸업생, 한양대 김경학 교수.ⓒ연세대
    최근 전기차 보급이 확대하면서 배터리 안전성 확보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고온에서 발생하는 열폭주는 화재와 유독가스 배출 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유발하는 내부 물질들의 분해 반응 메커니즘은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 있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보호막인 SEI는 리튬이온 이동 과정에서 전극 표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얇은 층이다. 전지의 수명과 안전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SEI 내부 물질의 고온 분해 반응 경로는 지금껏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 고체전해질계면층 분해반응 그림.ⓒ연세대
    ▲ 고체전해질계면층 분해반응 그림.ⓒ연세대
    연구팀은 SEI를 구성하는 대표적 유기 성분인 리튬에틸렌모노카보네이트(LEMC)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고순도 LEMC 시료를 직접 합성한 뒤 이를 활용해 열분해 반응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고급 분석기법(TGA-MS, FTIR, NMR, XPS)과 분자동역학(ReaxFF-MD)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실제 반응 경로를 정밀히 추적했다.

    그 결과 110°C 전후에서 시작되는 초기 분해 반응이 다량의 열과 가연성 가스를 발생시키며 결국 열폭주 현상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실험 결과 LEMC는 150°C쯤에서 상당한 질량 손실을 겪어 화합물 LiCO₃H와 에틸렌글리콜(EG)로 분해되며, 이어 220°C 부근에서 LiCO₃H가 무기 화합물인 Li₂CO₃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와 에틸렌옥사이드 등 다량의 가연성 가스가 방출되며, 이는 전지 내부 온도 상승과 압력 증가를 유발해 화재 위험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고순도 LEMC의 합성과 실험 기반 정량 분석, 분자동역학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한 반응 경로 재현 등에서 높은 완성도와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홍 교수는 "열폭주는 단순히 고온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SEI 내부의 특정 유기물 분해에서 시작되는 매우 정교한 반응 과정임을 규명했다"며 "이번 연구가 차세대 전지 설계와 안전성 향상에 중요한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화학회 에너지 레터(ACS Energy Letters)'에 게재됐다. 한양대 김경학 교수팀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세대 김민욱 박사 졸업생과 한양대 이성재 석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공동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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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