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기술·한전산업 등 주요 원자력 관련주 이틀째 줄약세26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최종 계약 연기 영향증권가 “무산될 가능성 제한적 … 건설·기술 경쟁력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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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원자력발전 관련주들이 일제히 약세다. 체코 법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체코 간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 최종 계약에 제동을 걸면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데다 국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강한 만큼 이번 약세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50분 기준 한전기술은 전장(6만3500원)보다 2.36% 내린 6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개장 직후 0.31% 하락한 6만3300원으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6만주, 38억원을 기록 중이다.

    또 다른 원전 관련주인 SNT에너지도 2.14% 하락세며 ▲한전산업(-1.63%) ▲비에이치아이(-1.47%) ▲디케이락(-1.15%) ▲성광벤드(-0.87%) ▲하이록코리아(-0.69%) 등이 동반 약세를 연출하고 있다.

    앞서 국내 원전주들은 전날에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한전산업이 5.89% 내렸으며 ▲우진엔텍(-5.86%) ▲우리기술(-5.29%) ▲보성파워텍(-5.19%) ▲디티앤씨(-4.30%) ▲한신기계(-4.17%) 등도 낙폭이 컸다.

    이는 지난 7일(현지 시각) 체결될 예정이었던 ‘팀 코리아’와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의 26조원 규모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밀린에 각각 2기씩 1200㎿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으로 체코 투자 역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는 한수원 주도로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한국전력 그룹 계열사와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간업체들과 ‘팀코리아’를 구성해 수주전에 참여했다. 입찰 경쟁사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 등이었다.

    한수원은 지난달 체코 정부가 발표한 신규 원전 사업자로 최종 선정돼 7일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이 소식에 국내 원전주들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상승 곡선을 그리기도 했다. 실제 ‘팀 코리아’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기업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4월 한 달 동안 23.45%나 급등했으며 ▲한전기술(18.26%) ▲대우건설(12.54%) ▲한전KPS(5.50%) 등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t(14.74%)’,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원자력테마딥서치(14.13%)’ 등 원자력 관련 종목들이 주목받으면서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체코 브로노 지방법원은 6일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EDF가 제기한 행정 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를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EDF는 지난해 7월에도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체코 경쟁 당국인 반독점사무소(UOHS)에 공공 조달 입찰 절차와 한수원의 계약 이행 불능, 보조금 규정 위반 등을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UOHS는 지난해 10월 말 1심에서 이를 기각했고 체코 경쟁 당국도 지난달 24일 최종 기각했다. 그러나 EDF는 이에 불복해 체코 경쟁 당국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는데, 체코 법원은 해당 행정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한수원과 CEZ 자회사 간 최종 계약이 체결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의 최종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 원전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체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 최종 계약이 연기될 수는 있지만,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후쿠시마 사고 후 위축됐던 원자력 수요도 돌아오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완공 경험이 있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강해 이번 조정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처분이 해제되면 수주~수개월 후로 미뤄지긴 하겠지만, 한수원이 올해 중 최종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EDF가 승소할 수도 있으나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체코 정부의 원전 도입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경제성·적시성 측면에서 한수원이 가장 좋은 선택지이기 때문에 EDF의 지속적인 이의 제기에도 체코 원전 수주가 무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계약의 재개는 관련 소송이 마무리된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명확한 재개 시점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세계 각지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추세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급감 문제 해결을 위해 기저 전원으로서 원전을 다시 찾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급증할 전력수요 충당을 위한 유일한 전력원으로서 SMR 중심의 원자력 도입을 원하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원전 산업에서 한국은 풍부한 경험에 기반한 건설 노하우와 기술력 측면에서 이미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은 원전의 설계부터 기기 공급, 건설, 시운전, 운영까지 원전 산업 기술의 자립을 완료한 상태며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3세대 신형 경수로인 APR1400을 개발했고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4기를 해외에서 건설한 레퍼런스도 보유하고 있다. 또 APR1400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했으며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NRC)로부터 표준설계인증도 취득해 안정성도 공인받은 상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