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삼성전자, 필리핀 10억 달러 투자 검토"브라질 스마트폰 생산 확대에 공장 증설 가능성작년 中 톈진 생산법인 청산 … 사우디 법인 신설美中 갈등 장기화에 생산거점 다변화로 불확실성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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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글로벌 생산거점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으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통상 리스크가 커지자 기존의 베트남, 인도 위주에서 벗어나 중동, 브라질, 필리핀 등으로 생산거점 새판짜기에 나선 것.

    당분간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제 블록화 및 보호무역주의 등이 심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업계와 외신보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필리핀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제조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필리핀에 직접적으로 생산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필리핀 칼람바에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몇 차례 삼성전자가 필리핀에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지만, 올해 3월 필리핀 재무장관이 간담회를 통해 삼성의 투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공장 설립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반도체 패키지·테스트 공장이나 가전 생산·제조 공장이 유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필리핀은 영어 소통 능력을 갖춘 젊은 노동력이 풍부한데다 전자산업과 첨단 제조업 등에 맞춤형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미국이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동남아 주변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17%의 관세율을 부과해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 매겨진 관세율을 보면 캄보디아 49%, 라오스 48%, 베트남 36%, 태국 36%으로 필리핀의 2~3배에 달한다. 

    필리핀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집중된 스마트폰 생산물량 일부를 브라질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삼성전자는 브라질 캄피나스와 마나우스, 두 곳에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중이며, 삼성리서치 브라질연구소도 갖고 있다. 

    미국이 브라질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이 10%로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낮은 영향이다. 이 경우 브라질 생산 시설 증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지난 2022년 브라질 정부와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한 바 있어 새로운 생산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인도 타밀나두주 스리페룸부두르 가전공장에 100억 루피, 한화 약 170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차원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스리페룸부두르 가전공장은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하며, 삼성전자 인도 매출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산거점 다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톈진의 TV·스마트폰 생산법인을 완전히 청산하는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SEMENA) 법인을 신설했다. 태국에도 전장 자회사인 하만의 신규 법인 하만 인터내셔널 타일랜드를 설립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큰 중국에서는 발을 빼고 상대적으로 통상전쟁에서 자유로운 신흥시장에 집중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 공격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생산거점의 변화가 시급하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전자가 투자를 단행하거나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는 지역 모두 미국의 상호관세율이 비교적 낮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기존 삼성전자의 최대 해외 생산거점은 베트남이었으나, 미국으로부터 46%의 상호관세율이 매겨지면서 글로벌 생산거점 전략 재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생산거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