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유통금리 급등 … 푸본현대·KDB생명도 '불똥'롯데손보, '5년 만기'라던 채권 … 알고 보니 '10년짜리'유상증자·차환, 사모펀드가 발목 … 당국, 적기시정조치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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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손보
롯데손해보험이 예정된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 연기를 선언하면서 보험채권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보험사 후순위채 시장에서 롯데손보와 자본 사정이 비슷한 회사들의 유통금리가 상승하면서 향후 보험사의 채권 발행과 유통에 타격이 예상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제는 보험판 레고랜드 사태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며 불신이 커지고 있다.당장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다. 900억원 규모로 발행된 롯데손보 후순위채 가운데 무려 676억원어치를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7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장기 동결될 위기에 처했다.1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손보 사태 이후 보험사 후순위채 유통금리가 줄줄이 상승하고 있다.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푸본현대생명·KDB생명 등도 영향을 받고 있다.롯데손보 역시 8회 후순위채 가격이 지난 2일 1만120.8원에서 9일 9900.8원으로 하락했고, 같은 날 민평금리 대비 73bp(1bp=0.01%포인트) 높게 거래됐다. 이는 신용위험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앞선 롯데손보는 이달 8일 조기상환 예정이었던 8회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돌연 연기했다. 전날까지 ‘상환 예정’이라는 입장이었으나, 금감원이 자본건전성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심각한 우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발했다.문제는 이 채권이 5년 만기처럼 팔렸다는 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후순위채 만기는 원래 10년이지만, 콜옵션이 붙으면서 대부분 5년 후 상환을 전제로 설계됐다”며 “일부 판매처에서는 사실상 ‘5년물’로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조기상환이 무산되면 불완전판매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롯데손보의 콜옵션 연기 여파로 자본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유통금리가 줄줄이 치솟자 롯데손보의 K-ICS 비율(154.59%)과 비슷한 수준인 보험사들 역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제 콜옵션이 예정대로 행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시장에 확산됐다”며 “향후 스프레드 확대와 발행시장 경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롯데손보는 현재 사모방식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금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지분 93.9%)라는 점에서 유상증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사모펀드 특성상 단기 수익성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다 보니, 자본확충을 통한 장기 안정성 제고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롯데손보에 대한 경영평가실태 등급을 이달 내 확정할 예정이다. 자본적정성 부문이 4등급 이하로 나오면 곧장 적기시정조치에 들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5월 말쯤 평가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체적인 자본 확충 계획을 지켜본 뒤 후속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업계는 이번 사태가 2022년 강원도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을 연상시킨다고 본다. 다만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보험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로의 전이 가능성은 낮지만, 개별 피해는 훨씬 직접적이라는 분석이다.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레고랜드 사태는 유동성 문제였지만 이번엔 신뢰의 문제”라며 “가장 리스크가 큰 건 700억원 가까이 묶인 개인 투자자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