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4월 미국 판매량 '역대 최대'가격 동결하며 재고 판매 주력, 선수요 흡수 내달부터 재고 바닥 … 가격 인상 가능성↑판매 경쟁 격화 … 매출·수익성 둔화 우려
-
- ▲ ⓒ현대차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달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시행에도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관세 부과에도 가격을 동결하고 재고 판매에 집중한 효과로, 재고가 소진되는 하반기 이후 관세 충격에 따른 매출 및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4월 미국 합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16만 2615대로 집계됐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지난달 미국에서 1년 전보다 18.5% 증가한 8만7810대를 팔았고, 기아는 13.8% 늘어난 7만480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두 회사 모두 7개월 연속 판매량 증가세를 이어갔고, 4월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친환경 차량 판매량 증가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양사 합산 친환경차 판매량은 21.6% 증가한 3만2806대로 미국 판매 비중의 20.2%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1만9919대, 기아는 1만2887대로 1년 전 대비 모두 20% 증가했다. 특히 두 회사의 하이브리드(HEV) 차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8% 급증한 2만6134대가 팔렸다.미국이 지난달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씩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현대차·기아 ‘정면 돌파’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관세 부과에 앞서 차량을 최대한 선적해 3개월이 넘는 분량의 완성차 및 부품 재고를 확보했다. 또 6월 2일까지는 미국 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소비자의 차량 구매를 유도했다.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하는 하반기부터는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관세 부과 이전 현지 현대차 딜러들이 보유한 재고 물량은 3개월, 기아는 2개월 수준으로 알려졌다. 내달부터는 재고가 점차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현대차·기아 역시 관세 폭탄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오는 6월 2일까지 미국 내 차량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격경쟁력 유지와 함께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관세 영향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 우려에 대해선 “6월 이후에는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재고 소진과 가격 인상 이후 관세 여파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으로의 부품 조달 비중이 큰 한국, 일본 등의 완성차 업체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뿐 아니라 GM,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은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리테일 선수요 효과가 나타나면서 현대차의 글로벌 도매 판매가 증가했다”며 “관세 부과가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도매 판매가 감소할 시 완성차의 매출액과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한편에선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개별 협상에서 관세율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영국과의 관세 협의에서 미국 상품 수입 확대를 조건으로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로 하향 조정한 만큼 한국과의 실무 협의에서도 관세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 물량이 영국보다 훨씬 많아 미·영 합의 결과를 한국에 대입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면서도 “그동안 품목별 관세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관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여지는 보여준 사례여서 긍정적 시그널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