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 지분 19.96%호반그룹, 17.44% → 18.46%로 높여조 회장, LS·델타항공·산업은행 '동맹'으로 방어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뉴데일리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뉴데일리
    호반그룹이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19.96%) 측과의 격차를 1.5%p로 줄였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호반그룹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칼이 또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오전 한진칼 주가는 전일대비 29.93% 오른 1159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 4월 지분 매입 집중 … 호반 "단순투자 목적"

    호반그룹은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17.44%에서 1.02%p 오른 18.46%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시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 30일까지 호반호텔앤리조트와 호반이 장내 매수한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4월 한 달간 영업일이 22일이었는데, 이 중 16일 동안 집중 매수에 나서 총 13만2847주를 사들였다.

    호반그룹 측은 "지분 매입은 공시에 나온대로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안팎에선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지난 3월 진행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에 반대했다. 또한 과거 항공업 진출을 검토한 이력도 있다. 호반그룹이 2015년 금호산업 인수를 저울질 한 적이 있는데 당시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호반그룹은 지난 2022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던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이래,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 있다. 

    시장에서는 호반그룹의 보유현금이라면 '적대적 M&A' 가능성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산업 인수 검토 때와는 달리, 현재 김대헌 총괄사장 중심의 '2세 경영'으로 체제가 전환된 만큼 적극적인 경영권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반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호반건설은 작년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9711억원, 단기금융상품으로 35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당장 끌어쓸 현금만 1조3000억원 규모라는 의미다. 

    이러한 자금력이면 한진칼 지분을 시장에서 20%이상 추가 매입도 가능하다. 만일 여기에 금융권 대출이나 재무적투자자(FI)와 협력이 이뤄진다면 경영권 확보는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 ▲ 김대헌 호반건설 총괄 사장 ⓒ뉴데일리
    ▲ 김대헌 호반건설 총괄 사장 ⓒ뉴데일리
    ◆ 조원태 회장 '동맹'으로 방어

    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델타항공 등 전략적 파트너와 '동맹'을 강화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조 회장은 앞서 한 차례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경험한 바 있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여동생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까지 '3자 연합'에 맞서 지분 경쟁을 벌였다. 

    당시 조 회장 측은 델타항공 및 산업은행과의 지원사격을 통해 간신히 경영권을 수성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호 지분 확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조 회장 측은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19.96% 외에 산업은행(10.58%), 델타항공(14.9%) 등과의 전략적 관계를 기반으로 약 45%에 달하는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연합은 호반의 지분 확대에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최근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캐나다 2위 항공사 웨스트젯(WestJet)에 공동 투자한 것도 이 같은 '동맹 강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양사는 각각 10%, 15%의 지분을 인수하며 북미 노선 협력 기반을 확대했다. 조 회장 입장에선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경영권 안정 신호를 보낸 셈이다.


    ◆ 反 호반 전선 형성 … LS와도 협력

    한진그룹은 호반그룹과 긴장 관계 속에 있는 LS그룹과도 '동맹'을 맺었다. 동반성장 및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국내 전선업계 1,2위 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각각 LS그룹과 호반그룹의 자회사로 특허권 침해,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유출 등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 과정서 호반그룹이 LS그룹 지분을 5% 미만으로 매입하며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진그룹과 LS그룹 모두 가족·사촌 경영 형태로 지분이 가족구성원 등에 분산돼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진칼의 경우, 조 회장 개인 지분은 5.78%이며,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그룹 사장은 5.73%, 어머니 이명희 2.09%, 정석인하학원 1.9% 등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모두 합쳐야 최대주주 지분을 갖추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의 한진칼 지분 매입을 단순 투자로 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지분격차는 줄었지만 우호 동맹 기반으로 경영권에서는 조 회장이 여전히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