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 보류 … 스텝업 조항 발생평판 저하→고금리 부담 … 자본확충도 쉽지 않을 전망후순위채, 건전성 방어 유리하지만 … 높은 금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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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 논란이 시장에 불신을 남기며 보험사들의 향후 자본조달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보험업계는 특히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온 후순위채의 명암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자부담 증가로 돌아와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롯데손보, 콜옵션 보류했지만 … 시장 불안감 커져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상환 논란이 시장에 남긴 후유증으로 보험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롯데손보는 5년 전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강행하려 했지만 결국 지난 12일 상환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킥스 비율이 콜옵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금융감독원의 제동에 걸려 중단된 탓이다.

    보험업법상 롯데손보는 900억원을 조기상환해도 150% 이상의 킥스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이미 지난 3월 말 150% 미만으로 떨어져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롯데손보는 금감원의 경고에 따라 자본확충을 통해 중도상환 일정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콜옵션 사태로 시장 불신을 키우면서 향후 조달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따른다.

    후순위채의 경우 통상 10년 만기지만 5년 경과 시점에 조기상환을 이행하고 다시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롯데손보 후순위채도 2020년 5월 10년 만기로 발행했고 시장 관례상 5년이 경과한 지난 8일 콜옵션을 행사해야 했다.

    하지만 재무건전성 악화로 조기상환을 이행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채권금리가 기존 5%에서 6%대로 상승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발생하게 됐다.

    설상가상 롯데손보의 자본확충 계획에도 고금리 부담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손보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 신뢰도가 하락했기 때문에 고금리인 연 7~8% 수준을 제시해야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따른다.

    한국기업평가에선 "시장에서의 평판 저하로 자본성증권 신규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상당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보험사에도 불똥 … 채권금리 줄줄이 상승

    롯데손보의 콜옵션 사태는 보험업계 전반에도 상흔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중소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 위주로 유통금리가 오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기로 한 지난 12일 롯데손보의 2020년 발행 8회차 후순위채와 9~17회차 후순위채는 급격한 금리 상승세를 보였다. 1400억원 규모의 9회차 후순위채 시장금리는 7.0%에서 이날 기준 7.466%까지 약 0.4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9일 11회차 채권금리 역시 장내에서 최고 8.371%까지 급상승했다는 분석이다.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보험과 같은 중소보험사의 신용 리스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KDB생명보험의 12회차 후순위채는 지난 2일만 하더라도 민평금리와 거의 비슷한 수준(0.1bp 차이)으로 거래됐지만, 8일에는 39.8bp 높게 거래됐다.

    푸본현대생명이 발행한 20회차 후순위채도 지난 7일 기준 민평금리 대비 79bp, 8일엔 92.2bp 더 높은 금리로 거래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해당 채권에 대해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금리 상승으로 반영된 셈이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킥스 비율이 낮은 회사들의 발행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며 "조기상환 요건 충족을 위한 충분한 버퍼를 보유하지 않은 회사의 경우 투자수요 부진으로 목표 물량만큼 발행하지 못하거나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본건전성 방어엔 유리했지만 … 장기적 금리 부담엔 '딜레마'

    롯데손보의 콜옵션 사태를 기점으로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딜레마도 보험사들의 고민거리로 남았다.

    후순위채를 찍어내도 현재와 같은 금리 인하 기조에선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때 킥스 비율은 25~30%포인트 하락한다.

    또한 후순위채 발행은 단기적 자본확충 효과가 나타나지만, 결국 높은 금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자본의 질' 제고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은 자본확충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높은 금리로 이자 부담이 증가해 장기적으론 보험사의 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