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美 신용등급 Aaa→Aa1 강등 … “정부부채 부담 이유무디스 하향 조정 발표 직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 4.49%까지 급등中, 美 국채 줄여 보유액 세계 3위로 하락 … "미국에 위험 신호"전문가 “이번 조치 이미 시장에 반영 …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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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디스가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며 미국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가로부터 최고 등급인 ‘트리플 A’ 지위를 박탈당했다.

    최근 금융시장은 미·중 관세 타결로 다소 안정됐지만 미국 금융 패권이 다시 흔들리면서 채권, 환율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강등이 예고된 조치였던 만큼 시장에 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디스 3대 신평사 중 마지막 강등 … 환율 시장 자극 가능성도 

    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108년 만으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이유로 꼽았다. 이로써 미국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가로부터 모두 최고 등급 지위를 잃게 됐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상승 출발해 1390원 후반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가장 먼저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2011년 8월 미국 정부의 부채 급증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이후 피치도 2023년 8월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지난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처음 강등했을 당시 금융시장이 흔들렸었다. 발표 전 1000원 중반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발표 직후 1000원 후반대까지 급등했다. 이후 9월에는 1180원 수준까지 올랐다.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도 1270원대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로 상승했다. 

    이에 최근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이어 이번 무디스의 조치가 환율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한·미 간 환율 협의에 이어 이번주 통상장관 등이 미국을 방문해 관세 합의에 본격적으로 나설예정”이라며 “이번 무디스 조치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예정된 미국과 우리나라, 일본 간 관세 협상으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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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디스 발표 직후 미 국채 금리 급등

    글로벌 국채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무디스 발표 직후 연 4.44% 선에서 4.49%로 치솟았다. 

    미하엘 슈마허 등 웰스파고 전략가들은 10년물 및 30년물 미 국채금리가 5∼10bp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중국이 지난 3월 미 국채 보유 순위 3위로 내려온 데 주목하고 있다. 꾸준히 수년 간 미 국채 보유량을 줄여온 중국은 지난 3월 말 7654억 달러(약 1072조원)로 영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영국보다 작아진 것은 지난 200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미 국채 매각은 곧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난달 이후로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더 크게 줄어들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 감소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조처에 이은 (미 정부에 대한) 경고음”이라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디스, S&P, 피치 등 세 기관 모두 미 국채에 대해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낮췄기 때문에 미국 부채증가에 대한 경계감이 상수화됐다"며 “2011년은 연준의 양적완화(QE)과 제로금리 정책이 시행되던 시기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30일간 45bp 하락, 2023년 피치의 강등 당시에는 연준의 양적긴축(QT)와 정책금리 인상기였으며 같은 기간 금리는 23bp 상승하는 등 그 당시와 현재 환경은 전혀 다르다"고 분석했다.

    ◇“무디스 강등 예상된 조치, 영향 제한적”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무디스가 강등을 시사해 온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며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번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다른 신용평가사 대비 뒤늦게 수준을 맞춘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 강등이 주요국과 미국 간의 관세 협상, 미국 경제상황 등 기존의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단기적으로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레고리 피터스 PGIM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011년 8월 미국의 첫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요 기관에서 꾸준히 대비해 왔다”며 “미국의 신용 위험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서 2곳의 신평사들이 이미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무디스의 경우 미국에 대한 등급 전망 자체가 이미 ‘부정적’이었다”며 “이 부분들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 더 크게 확산될 정도로 파급력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