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도 동반 약세…원·달러 환율도 1400원 근접무디스, 미국 신용등급 한 단계 하향 조정 여파5주간 오른 국내 증시…단기 변동성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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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팔자' 행보에 장 중 2600선을 이탈하기도 했고,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400원대에 근접했다. 미국 채권급리가 급등하며 국내 채권시장도 출렁였다.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겠지만 무디스가 지난 2023년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예고했던 만큼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3.43포인트(-0.89%) 내린 2603.44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지수는 전장 대비 13.17포인트(0.50%) 하락한 2613.70으로 출발한 후 하락 폭을 확대, 장 중 260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712억원, 1624억원 순매도하는 가운데 개인은 3256억원 사들였다.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하락이 많았다. 삼성전자(-1.76%), SK하이닉스(-2.49%), 현대차(-1.44%), 한화에어로스페이스(-0.24%), 기아(-0.54%) 등은 줄곧 파란불이 켜졌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2.59%), LG에너지솔루션(0.34%), HD현대중공업(0.95%), KB금융(1.50%) 등은 상승했다.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2% 내린 721.27로 장을 시작한 뒤 낙폭을 확대, 1.59% 하락한 713.75포인트에 마감했다.코스닥도 마찬가지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양 투자 주체는 각각 368억원, 1831억원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이 2386억원 순매수했다.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알테오젠(0.63%), 에코프로(0.11%), 파마리서치(1.56%), 에이비엘바이오(3.97%)를 제외하고는 전 종목 하락 마감했다. 특히 HLB(-4.47%), 레인보우로보틱스(-8.43%), 삼천당제약(-5.88%) 등의 낙폭이 깊었다.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발 악재에 조정받는 모습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앞서 16일(현지시각)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지난 10여 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급격히 증가해왔다"며 "재정 적자와 부채가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도 현저히 증가했다"고 하향 배경을 밝혔다.
환율 시장도 출렁였다. 6개월 만에 1390원대 아래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위험회피 심리가 퍼지면서 1400원대에 근접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5원 상승한 1395.1원으로 출발한 뒤 1397.8원에 마감했다.
글로벌 국채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무디스 발표 직후 연 4.44% 선에서 4.49%로 치솟았다.
국내 시각으로 이날 오후 5시37분 기준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10bp(1bp=0.01%포인트) 오른 4.537% 수준이다.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11.6bp 오른 5.013%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1.5bp 오른 3.998을 기록 중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변동성을 보였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7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366%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2.747%로 7.1bp 상승했고,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5.6bp, 2.6bp 상승해 연 2.501%, 연 2.363%에 마감했다.
미하엘 슈마허 등 웰스파고 전략가들은 10년물 및 30년물 미 국채금리가 5∼10bp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디스, S&P, 피치 등 세 기관 모두 미 국채에 대해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낮췄기 때문에 미국 부채 증가에 대한 경계감이 상수화됐다"며 “2011년은 연준의 양적완화(QE)과 제로금리 정책이 시행되던 시기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30일간 45bp 하락, 2023년 피치의 강등 당시에는 연준의 양적긴축(QT)와 정책금리 인상기였으며 같은 기간 금리는 23bp 상승하는 등 그 당시와 현재 환경은 전혀 다르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료가 단기적으로는 증시의 변동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나 코스피는 최근 5주 연속 상승 흐름을 보였던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일시적인 조정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된 상태로 관망세가 짙어진 상황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은 "최근 코스피 지수는 저점 대비 주가 회복이 빨랐다는 점에서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단기 차익 실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단기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신정부 정책 기대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주가 조정 폭 및 기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최근 5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 주간 기준 연속 상승이 6주 이상 이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며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까지 겹쳐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이어 이번 무디스의 조치가 환율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처음 강등했을 당시 금융시장이 흔들렸었다. 발표 전 1000원 중반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발표 직후 1000원 후반대까지 급등했다.
이후 9월에는 1180원 수준까지 올랐다.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도 1270원대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로 상승했다.
다만 이번 미국의 신용 강등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무디스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2023년 8월에 이미 '부정적'으로 내리며 강등을 예고한데다 이미 다른 신평사들도 같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무디스사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지만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국 재정 리스크가 이미 알려진 악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P는 2011년 8월에, 피치사는 2023년 8월에 미국의 최고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어 이번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새롭거나 예상치 못한 악재가 아니다"라며 "현시점에서 금융시장의 급격한 조정을 유발시킬 수 있는 큰 악재, 즉 관세 리스크가 소강 국면에 진입해 있어 신용등급 하향 조정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이 단기 과열을 해소하며 조정받는다면 하반기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주가도 빠르게 상승한 가운데 단기 차익 실현 심리가 강화될 수 있다"면서 "단기 주가 조정 시 AI 모멘텀 회복 기대감이 있는 AI 관련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