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당국 2차 실무협의 20~22일 워싱턴서 개최소고기·구글 지도 등 비관세 장벽 양보 요구 가능성
  •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5.16. ⓒ뉴시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5.16.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부과한 25%의 상호관세 면제·인하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통상 당국 간 2차 실무협의가 20~22일(현지 시간) 사흘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16일 제주에서 2차 통상장관 협의를 위해 만난 지 나흘만이다. 

    정부 대표단은 이번 2차 기술협의에서 균형 무역, 비관세조치, 경제안보, 디지털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실무 협의를 진행한다. 기술 협의는 본협상에 앞서 세부 안건을 사전 조율하기 위한 작업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대표단 인원은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15명 내외로 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외에도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도 대표단에 포함됐다. 

    기술협의 실무 총괄을 맡은 장 국장은 "이번 기술협의를 통하여 양측이 그동안 논의한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 호혜적 협의안의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국익 최우선 관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4일 '2+2 고위급 통상 협의'를 가진 뒤 7월 8일까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폐지와 산업 협력을 포함한 '줄라이 패키지'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미 '1차 관세 기술 협의'를 워싱턴DC에서 진행했다.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내에 한국에 부과된 25%의 상호관세와 철강·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의 면제 또는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 측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주요국을 대상으로 자국의 무역 적자를 줄여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지난 2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1조2117억달러로 전년 대비 1484억달러(18.7%) 증가했다.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660억달러 흑자를 냈다. 이는 중국(2954억달러), 유럽연합(2356억달러), 멕시코(1718억달러), 베트남(1235억달러) 등에 이어 9번째다. 

    전문가들은 이번 2차 기술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에서 구체적인 '청구서'를 한국에 내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통해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약값 책정 정책, 스크린 쿼터제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자국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을 제한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허물라고 압박해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농축산물 등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일부 양보하고, 조선·에너지 등 산업 분야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 측에 관세 면제나 세율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인 7월 8일 이내에 협의를 마무리한다는 목표이지만, 한국의 조기 대선 상황 등으로 인해 협의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역시 현재 중국을 제외하고도 18개 주요 무역국과 동시에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번 한미 실무 협의가 6월 3일 한국 대선 전 진행되는 마지막 대면 실무 협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구체적인 관세율을 비롯한 무역 관련 합의는 한국 대선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가 6월 3일부터 새정부가 들어서고, 약 한 달의 시간이 있다"며 "새정부 경제팀이 들어가서 어떤식으로든 7월 초까지는 합의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