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관세 유예 속 반도체 제재 상향 가능성메모리 신흥 강자 CXMT·AI칩 SMIC 거론HBM까지 뒤쫓는 중국 저지할 수 있을지 촉각
  • 미국이 중국과의 화해모드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는 다시 제재에 나설 기미를 나타내며 반도체업계에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제재 중에도 기술 개발을 이어온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새로운 규제 사정권에 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미국 업체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BIS 초안에 따르면 CXMT 외에도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자회사들도 제재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SMIC와 YMTC는 이미 미국의 수출 금지 기업 리스트에 오른 상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협정을 통해 90일 간 관세 유예 조치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지만 반도체 분야에 대해선 미국의 중국 견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서로 10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주고받던 양국이 사실상 '관세 휴전'에 들어갔지만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선 앞으로도 신경전을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미국이 이 같은 조치를 고민하는 것은 앞선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오히려 제재를 받는 기간에 더 폭발적으로 기술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위기감이 커진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점령하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미국의 추가 제재에 국내 반도체 산업계의 관심도 높은 상태다. 미국이 추가 제재 대상으로 삼는 중국 기업인 CXMT와 SMIC는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 점유율을 빠르게 뺏으면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CXMT는 이미 지난해 범용 메모리 시장을 점령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시장 대부분을 점했던 DDR4 분야에서 절반 수준의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출하량을 늘리면서 중국 내수 수요는 물론이고 글로벌 수요도 빠르게 삼켰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AI 시장에서 필수재로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 까지 뛰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AI 스타트업이 공개한 AI모델 딥시크를 비롯해 중국 정부는 AI 산업을 육성하는데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트럼프 정부가 AI 가속기 수출길을 틀어막으면서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HBM을 만들고 화웨이 같은 기업들이 AI 칩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SMIC는 중국의 AI 칩 자급화의 본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엔비디아 칩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화웨이가 자체 개발 AI 칩 '어센드'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이를 대표적으로 지원하는 곳이 중국 최대 SMIC다.

    그동안 한국 점유율이 높았던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이 추가 제재를 받게 되면 시장 지형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중국 기업들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여지가 크지만 앞선 제재들에도 끄떡 없었던 중국이 오히려 신규 제재를 계기로 더 무서운 기세로 반도체 자급화에 불을 지필 수 있어 경계감도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과 중국 간의 해빙모드에도 반도체 분야에서의 불확실성은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거시 환경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당분간 긴장감을 갖고 시시각각 상황 변화를 체크한다는 것이 기업 전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