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연구소 근접전계시험장서 한달에 2대씩 양산 KF-21 전투기에 탑재…세계 12번째 개발 국가 9월 첫 수출 앞두고 해외 주요국도 관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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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K-방산’이 전성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다른 국가의 경쟁업체들보다 높은 품질 경쟁력에 납기 준수가 뛰어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현재 호황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투자를 통해 K-방산 성공 신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K-방산의 주역들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등 5개사 현장을 찾아 이들의 진가(眞價)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 ▲ 근접전계실험장에서 AESA레이다의 기능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시스템
22일 방문한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의 안테나3 근접전계시험장. 총 4개의 조립실(챔버)에서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인 KF-21에 탑재될 AESA(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다의 양산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푸른색 뿔 모양의 '전파흡수체'로 벽이 가득 채워진 이 시험장에서는 레이더에서 전파가 의도한 방향으로 정확하게 발사되는지 실시간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이 공간은 날씨나 외부 전파 간섭없이 레이다가 포착할 수 있는 빔 조향 정확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전파흡수체가 없으면 전파가 벽에 부딪쳐 다시 안테나로 돌아가 성능을 정확하게 따져보기 어렵다.또 각 챔버마다 성인 한 사람이 양팔을 넓게 펼친 너비만큼 펼쳐진 원형 안테나의 전면에는 수십 개의 송수신 모듈(TRM)에 송수신 채널 천 여개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AESA 레이다는 현대 공중전에서 전투기의 생존 및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장비로 꼽힌다.김성태 항공 레이다 체계 팀장은 "각 모듈은 독립적으로 전파를 송수신한다"면서 "실시간으로 다중 공중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눈' 역할로 전투기의 생존성과 작전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
- ▲ 근접전계시험장AESA의 시험결과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나오고 있다. ⓒ한화시스템
김 팀장은 "송수신 모듈(TRM) 채널이 많을수록 기능이 높아진다고 보면 된다"면서 "우리가 원천기술을 확보한 만큼 크기는 줄이고, 무게는 가볍게 하는 등 목적과 용도에 맞게 스케일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AESA 레이다는 한개 모듈이 고장나도 나머지 모듈이 자동으로 기능을 보완해 전체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됐다. 또 레이다 빔 안에 들어선 표적을 동시에 모두 탐지할 수 있고 빠른 속도의 빔 조향도 가능하다. -
- ▲ AESA 레이다가 지상시험실에서 마지막 성능검사를 하고 있다. 송수신 모듈(TRM)은 붉은색 커버로 덮어뒀다. ⓒ한화시스템
항공레이다 종합 시험장. 이곳은 KF-21에 장착될 AESA의 마지막 관문이다. 야외에 자리한 AESA 레이더와 시험실 반대편에 비콘타워가 가동되자, 시험실에 설치된 대형화면에는 반경 내에 비콘타워가 만들어낸 모의 표적이 떠올랐다. AESA 레이다 빔이 확보한 스크린 속에 표적의 거리와 이동 속도, 고도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한쪽 화면에는 실제 조종사가 운항 중에 확인하는 디스플레이도 띄워졌다.엄광식 레이다시스템기술2팀장은 "비콘타워에서 고주파(RF) 신호를 발사해 전투기 조정석과 동일한 화면을 구성해 정밀도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재 기술력은 매우 정교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AESA 레이다가 국산화에 이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5년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독자 개발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은 개발에 착수했고 불과 4년 만인 2020년 8월 시제 1호기를 출고했다. 세계에서 12번째 AESA 레이다 개발 국가가 된 순간이었다. -
- ▲ AESA 레이다 반도체 송수신 조립체(TRB) ⓒ한화시스템
지난해 6월 방위사업청과의 양산 계약 체결로 KF-21 전력화가 본격화되며 항공기용 AESA 레이다의 첫 실전 배치도 현실이 됐다.K방산의 성공은 일 순간의 흥행이 아니다. 30여년간 축적된 기술력의 결실이다. 한화시스템은 1980년대 말부터 천마탐지추적레이다, 철매-II 다기능레이다 등 오랜 사업을 통해 레이다 기술을 차곡차곡 쌓아왔다.이를 기반으로 AESA 기술을 확보해 현재는 해상, 공중, 무인기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 레이다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독도함에 탑재될 디지털 함정 레이다, 무인기용 소형 레이다, 중동에 수출한 천궁Ⅱ까지 AESA가 접수했다.오는 9월에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에 경전투기용 AESA 안테나가 첫 수출된다. 레이다에서 안테나는 전체 단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이번 수출은 기술력뿐 아니라 수출 경쟁력까지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홍윤석 레이더연구소장은 "AESA 레이더 수출은 이제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우리 시험 평가 과정을 묻거나, 확인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한화시스템은 현재 4개 챔버에서 한달에 2대씩, 연간 20대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시장에서는 2031년까지 120대가량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