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접한 필리핀 MZ 사이서 소주 수요 늘어나음식과 함께 즐기는 '페어링' 문화 통해 … 가정 채널 소비 ↑프리미엄 매장서도 찾아 … "숙취 없는 좋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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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겹살 플랜차이즈 삼겹살라맛에서 현지인들이 소주와 음식을 즐기고 있다.ⓒ하이트진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소주를 먹는 모습이 많이 나와서 호기심에 접하게 됐다.”5월 19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한국식 삼겹살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에서 만난 골디(21세)씨는 “참이슬 후레시를 가장 좋아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수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와 K-팝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필리핀 현지인 사이에서는 한국식 바비큐와 소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골디 씨는 “친구들과 농구 경기를 보거나 파티 할 때 소주를 즐겨먹는다”면서 “(대형마트에서) 한달에 4~5번 소주를 사고, 친구 다섯 명과 한 번에 8~9병씩 마신다”고 말했다.함께 자리한 로즈(22세)씨는 “오리지널이나 후레쉬는 알코올이 강해서 못 먹는다”면서 “딸기소주(딸기에이슬)을 가장 좋아하는데 마시면 기분이 맑아진다”고 말했다.랄리(29세)씨는 “한식 중에 삼겹살과 떡볶이를 가장 좋아한다”면서 “어묵처럼 반찬(Side dish)로 나오는 것들과 소주를 함께 마시기 좋다”고 말했다.필리핀 현지인들에게 소주가 가까워진 가장 큰 이유로는 K-문화가 꼽힌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 등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필리핀 수교 75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오케스트라로 ‘이태원 클라쓰’의 드라마 OST가 공연되기도 했다. -
- ▲ 로컬 마트 '퓨어골드'에서 소주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조현우 기자
소주가 빠르게 자리잡은 이유는 필리핀의 음주 문화에도 있다. 대표적인 전통 문화인 ‘타가이(Tagay)’는 한 잔의 술을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나누어 마시는 방식이다. 한국의 건배 문화와 유사한 이 전통은 술을 통해 인적 교류를 하는 필리핀에 특징이기도 하다.특히 진로의 브랜드 정체성인 ‘함께 마시는 술’과 어우러지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자리잡고 있다.또 과거 한인타운 식당에서만 찾아볼 수 있던 소주를 로컬 마트에서도 판매하는 등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기 때문이다.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하이트진로의 전략적인 유통 구조 전환이 있다. 기존 한인 중심 유통망에서 벗어나 현지 소매와 도매 유통을 확대하고, 필리핀 주류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대형마트와 식료품 전문점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필리핀의 대표 도매형 할인점 ‘퓨어골드(Puregold)’ 파라냐케점 매장에서는 진로와 과일리큐르 제품군이 주류 코너 중심에 진열돼있다. 소주의 인기에 따라 ‘쏘 나이스’ 등 현지 업체가 제조한 소주 제품도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구분하고 있다.특히 필리핀 현지 증류주인 ‘탄두아이’나 ‘엠페라도르’ 등은 알코올 도수 40도를 훌쩍 넘고, 주질이 좋지 않아 술을 마신 다음 날 숙취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퓨어골드 매장에서 만난 안드레아(21세)씨는 “개인적으로는 과일리큐르보다 레귤러(후레쉬)가 더 입에 맞는다”면서 “필리핀 술은 마시고 나면 숙취가 심한데, 진로는 더 부드럽고 숙취가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이어 “소주는 맥주보다 비싸고 위스키보다는 싼 가격대”라면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 자주 마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
- ▲ S&R은 멤버십 매장인 만큼 가격은 로컬 마트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 때문에 B2B 사업자들이 대량으로 소주를 구매해 주택가 등지에서 판매하기도 한다.ⓒ조현우 기자
하이트진로는 한국 주류 영업을 모델 삼아, 필리핀 전역에 전담 영업 인력을 배치해 매장 진열 점검, 프로모션, 직원 교육 등을 통해 현장 밀착형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현지 매장 내 단독 진열 공간과 냉장 매대 등을 확보하며 홈파티 등 일상적 음주 상황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꾸준히 확대 중이다.전통적인 부촌 마카티(Makati)에 위치한 ‘S&R Membership Shopping(이하 S&R)에서도 진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S&R은 한국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유사한 창고형 할인 매장으로, 연회비를 내고 멤버십에 가입해야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필리핀에서도 최상위 소비자들이 찾는 곳이다.실제로 진로는 현지 주류 트렌드와는 정 반대다. 빈부격차가 큰 필리핀의 경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독한 술로 빨리 취하는’ 것을 선호한다. 40도가 넘는 현지 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고 가격이 비싼 진로가 고급 술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 ▲ 창고형 매장 S&R에서 진행 중인 진로 시음부스ⓒ조현우 기자
이날 S&R에서 진행된 진로 시음 행사에서도 이러한 반응을 만나볼 수 있었다.이곳에서 만난 얼윈(43세)씨는 “참이슬 오리지널을 가장 좋아한다”면서 “현지 술과 비교했을 때 깔끔하고, 다른 술과 섞어마셔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이어 “바텐더로 일하면서 진로를 접해 마시게 됐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에는 소주병을 흔들거나 하는 한국식 주류 문화를 따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S&R 근무하는 직원 니코(35세)씨는 “주류 카테고리의 공백(Gap)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진로를 도입하게 됐다”면서 “한류 팬들의 수요가 많고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S&R은 B2B 사업자 비중도 높아 이곳에서 소주를 사서 거주지 주변 가게(사리사리 스토어, 구멍가게)에서 약간의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
- ▲ 필리핀 현지 소비자가 시음부스를 찾은 모습ⓒ조현우 기자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현지 수요에 착안해 ‘친근하고 재밌는 술’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대학생 대상 오프라인 행사 ‘Jinro Night’와 K-콘텐츠 팬 이벤트, 미식 행사 ‘MEGA BALL’ 후원 등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을 통해 현지 문화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또 팀플라도 레시피 소개, 숏폼 영상, 밈(meme) 콘텐츠 등 SNS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로 MZ 세대와의 소통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앞으로도 필리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