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투표용지 인쇄 시작인쇄용지 등 관련시장 200억 규모수익성보다 상징성 높아 양사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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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사가 대선을 앞두고 투표용지 경쟁을 벌였다. ⓒChat GPT로 합성
내달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지업계 양강(兩强)이 소리 없는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투표용지의 시장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높기 때문이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전국 각 인쇄소에서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됐다. 이번 대선에서 쓰일 투표용지는 200톤~300톤, 선거홍보물 인쇄용지는 6000톤~7000톤 정도로 추정된다.금액으로는 투표용지 5억~6억원, 선거홍보물 인쇄용지 150억원 등 약 2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으로 무림이 60%, 한솔이 40%를 점유하고 있다.제지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이나 과거 대선과 비교해 인구 규모, 특히 유권자 수에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시장 규모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한솔제지(2조2158억원), 무림페이퍼(1조3844억원)의 지난해 매출액 규모를 감안하면 투표용지 시장은 매우 작다. 하지만 두 업체가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성이나 수익성을 떠나 투표용지가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대통령을 선출하는 용지’라는 의미가 있으며, 고도의 기술력을 증명해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투표용지 제작에 쓰이는 기술들은 고급 포장지나 여권, 주민등록증 등 보안문서지에 적용될 수 있다. -
- ▲ 이번 대선 투·개표 절차 시연회 모습. ⓒ뉴데일리DB
투표용지는 일반 인쇄용지와는 달리 특수 코팅지로 제작된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규정하는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개표할 때 정전기가 발생해 서로 달라붙거나 투표 도장의 인주가 번져 무효표로 처리되는 일이 없도록 표면을 말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종이 걸림과 개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투표용지 두께는 균일하면서도 평활도(매끄러운 정도)가 높아야 한다.그 외에도 종이가 접혔다가 원상태로 회복하는 접지성이 우수해야 한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워 이를 충족한 업체는 무림과 한솔, 두 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선, 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 제지업계 양강이 매번 맞대결을 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한편, 이번 대선에서는 예년에 비해 선거홍보물인쇄용지 수요가 소폭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부터 계엄정국, 탄핵정국이 이어졌고 탄핵 인용으로 인해 대선 일정이 갑작스럽게 결정됐기 때문이다.제지업계 관계자는 “예전 대선에 비해 준비 기간도 짧았고 대선 후보도 많지 않다”면서 “후보들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SNS를 활용하는 빈도를 높이는 것도 용지 수요의 감소를 점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