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중국 제조사가 자사 영화 무단 리메이크”중국의 韓 콘텐츠 베끼기 경종될까 … 한한령 이후 표절 일색
  • 지적재산권(IP) 보호에 소극적인 중국에서 국내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기업 CJ그룹이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말 중국 텐센트(Tencent Holdings Limited) 등에 대해 저작권 권리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 CJ ENM이 중국에서 중국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 중국의 국내 콘텐츠 기업 IP 침해에 경종을 올릴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27일 CJ ENM 등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텐센트를 비롯한 12인에 대한 저작권 권리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323만1390위안(6억5200만원) 규모. 이번 소송에는 중국 영화 제조사의 베끼기가 선을 넘었다는 CJ ENM의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자사 영화를 고스란히 베껴 사실상 리메이크를 했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CJ ENM이 중국 내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CJ ENM은 문화 콘텐츠의 수출을 위해 중국 시장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 영화인을 위한 단편영화제 ‘CJ 중국영화제’를 직접 진행했을 정도다. 

    회사 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도 높다.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는 올해를 글로벌 확장의 원년으로 삼아 중국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CJ ENM은 올해 문화사업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런 CJ ENM이 중국에서 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중국 내 저작권 침해를 마냥 지켜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중국의 한국 콘텐츠 무단 베끼기는 악명이 높았다. 2017년 중국 정부는 국내 사드(THAAD) 방어 시스템을 배치 이후 비공식적으로 한류 콘텐츠의 금지조치인 ‘한한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 K팝 등이 중국에서 제한됐다. 이를 계기로 아예 대놓고 한국 콘텐츠를 베끼는 사례가 급증했다. 중국 정부의 IP 보호의지가 높지 않다는 것도 이런 표절의 배경이 됐다.

    사례는 적지 않다. 중국의 예능 콘텐츠 ‘나와 나의 매니저’가 MBC TV 예능 중 하나인 ‘전지적 참견 시점’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SBS의 예능 ‘미운오리새끼’도 중국 후난 위성TV에서 ‘우리집 그 녀석’이란 이름으로 비슷한 콘텐츠를 담았다. 이외에도 ‘윤식당’, ‘효리네 민박’, ‘삼시세끼’,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101’ 등 유명 예능의 포맷을 비슷하게 담은 중국 콘텐츠가 쏟아졌다.

    영화의 무단 베끼기도 성행 중이다. 국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을 합친 것 같은 중국 영화 ‘별에서 온 상속자들’이나 국내 웹툰 ‘목욕의 신’을 베낀 중국 영화 ‘목욕의 왕’ 등 하나하나 꼽기도 힘들다.

    CJ ENM이 소송에 나서는 것도 중국의 이런 저작권 침해 관행에 대해 경종을 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 ENM 입장에서는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저작권에 대한 쐐기를 박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사례가 없던 것도 아니다. 지난 2017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자사 영화 ‘카스(Cars)’의 저작권을 침해한 중국 제작사 블루 ‘MTV(厦門藍火焰)’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이겨 135만위안(2억5600만원)을 배상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영화를 제작한 중국 제작사 11곳과 유통사 2곳이 대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