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통 공약으로 떠오른 '쌀값 안정' 농가 관심민주당은 쌀 의무매입·차액보전 담은 '양곡법 개정' 국민의힘은 '벼 재배면적 조정제'로 수급문제 해소전문가 "시장 현실 고려한 유연한 설계 필요" 강조
  • ▲ 충남 태안군 이원간척지 일원 조사료 생산 시범단지에서 농기계가 총체벼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충남 태안군 이원간척지 일원 조사료 생산 시범단지에서 농기계가 총체벼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농심(農心)을 겨냥한 농정공약이 잇따르는 가운데 '쌀값 안정'이 여야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 모두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나,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쌀값이 평년 수준을 밑돌 경우 국가가 농가에 차액을 보전하고, 초과 생산량은 의무 매입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해 수급 균형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이름으로 공개한 공약집을 통해 생활안정 대책 중 하나로 쌀값 정상화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논 타작물재배를 확대하고 쌀 및 식량작물의 적정가격을 유지하겠다"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식량위기 시 비상대응 가능한 방식으로 선제적 쌀 생산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정한 기준 이상으로 쌀값이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남는 쌀 시장격리 의무화' 조항이 핵심이다.

    올해 들어 민주당 윤준병 의원과 박수현 의원 등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9건에 달한다.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양곡법 개정안들은 쌀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고 있다. 쌀 수급안정 대책에 목표가격 포함, 기준가격보다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 보전, 타작물 재배 유도하기 위한 재정 지원 계획 수립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가 과도한 재정 부담을 이유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세 차례나 폐기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농정공약에 쌀 수급 안정을 위한 쌀 의무수입물량(TRQ) 감축 추진도 포함시켰다. 또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를 위한 농산물 유통개혁도 추진한다는 내용도 공약에 담겼다. 

    김문수 후보도 '국민과 함께 새롭게 대한민국' 공약집을 통해 선제적 수급 안정 대책으로 쌀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수확기 쌀값은 80kg당 20만원선을 유지하고 지자체 자율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추진해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겠다고 했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공급을 조절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쌀값 하락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추진 중이다. 논 면적을 감축해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올해 8만ha를 감축 목표로 삼았다. 농식품부는 전략작물 등 타작물 전환, 자율감축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농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쌀 의무자조금 제도를 도입해 쌀 수급을 조절하고 신규수요를 촉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또 쌀 농가의 타작목 전환을 지원하고 배수개선과 용수공급 등 논 생산기반도 조성한다고 약속했다. 

    이밖에도 농축산물 중간 유통단계를 축소해 유통 비용을 절감하는 등 유통구조를 혁신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내세운 농정 공약이 생산과 가격 왜곡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시장 상황과 지역 현실을 정밀하게 반영한 정책 설계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드 원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가격이 실제로 급락했을 땐 매입이 필요하지만, 시장 분위기만으로 결정되면 오히려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며 "수급조절위원회의 판단이 정치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벼 면적조정제와 관련해 "벼 재배 면적을 8만㏊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가 현실적으로는 절반만 이뤄져도 의미 있는데, 자연 전용되는 면적 외에 실질 감축 효과를 내려면 약 5만㏊ 이상은 줄어야 한다"며 "시장상황과 현장에서의 요구를 반영해 정부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농정 방향이 지방에 자율권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농정은 중앙이 일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지역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지방 자율성을 확대하고 중앙은 방향과 관리만 맡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