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이자부담·정비사업 부진…급매→집값하락 지속될 듯상계주공 3단지 석달새 5000만원↓…중계·월계동도 하락세"단기적으로 가격하락 이어지지만 장기적으론 매수수요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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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계주공5단지 전경=나광국 기자
"최근 급매물도 거래되지 않고 있어요. '똘똘한 한채' 선호로 대부분 수요가 핵심지로 쏠렸기 때문이죠. 여기에 정비사업이 기대만큼 속도를 못내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죠. 최근엔 구매했던 가격에선 수천만원을 낮춰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늘었어요. 대부분 상승기 대출을 끼고 집을 샀던 이들로 이마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죠."(상계동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최근 서울 북동부 대표 주거지인 노원구 집값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가 사실상 물건너 갔고 사업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 대출규제까지 예고되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사람)' 비중이 큰 노원구 부동산시장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28일 오후 방문한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공인중개사 대부분은 최근 영끌족 집주인들이 수천만원 가격을 낮춘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수요가 없어 급매물이 시장에 쌓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주민들 경우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재초환 폐지 가능성도 줄어들자 아쉬움을 나타냈다.이날 만난 상계동 주공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2020년쯤 저금리 시기때 영끌 투자자와 수요자들이 이곳에 많이 들어왔는데 이후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고금리도 이어지면서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집을 내놓고 있다"며 "그나마 기대했던 재건축 호재도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면 수요는 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상계주공5단지 인근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 2021년 정비사업 규제완화를 주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후 사업이 지연돼온 노원구 단지에서도 차례로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며 "일반적으로 재건축단지는 사업이 끝나고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며 투자수요가 몰리고 집값이 오르는데 지금은 이런 기대가 사라져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
- ▲ 상계주공6단지와 중계그린아파트 전경=나광구 기자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년만에 10.46% 오르며 같은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 6.46%를 넘어서 수요자들이 몰리는 지역으로 꼽힌 바 있다.하지만 현재 노원구에서 가장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중 한 곳인 상계주공5단지는 시공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후 분담금 갈등속 계약을 해지했던 5단지는 지난달 28일 시공사 입찰마감 결과 응찰한 건설사가 없어 결국 유찰됐다.인근 상계주공1단지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노원은 대출에 의존하는 실수요가 많은 지역인데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가 시행되면 대출액 감소로 수요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똘똘한 한채 선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곳보단 타지역에 수요가 몰리게 될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되면 시장에 나온 급매물들이 계속 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집계를 살펴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 전용면적 59㎡는 이달 14일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지난 2월 6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석달만에 5000만원 떨어졌다.인근 '상계주공7단지' 전용 41㎡ 역시 같은날 4억7900만원에 거래됐다. 마찬가지로 3개월전과 비교하면 42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
- ▲ 상계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나광국 기자
'상계주공1단지'은 전용 58㎡가 지난 2월 5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에는 5억1800만원으로 떨어졌다. '상계주공6단지' 전용 41㎡도 5억1000만원에서 4억88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가격하락은 상계동뿐 아니라 중계동과 월계동에서도 나타났다. 노원구 일대는 대장 아파트인 중계동 '중계그린'은 지난달 30일 전용59㎡가 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해당 면적이 6억2800만원까지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사이 4000만원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다.노원구 재건축 주요단지인 월계동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중 '삼호3차' 전용 59㎡도 지난달 27일 7억8000만원에 거래돼 직전거래가보다 4900만원 떨어졌다. 이는 최고가 9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79% 그치는 수준이다.중계동 그린아파트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담금 우려에 투자수요는 빠져나갔고 신혼부부와 같은 실수요자들도 주택 노후화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는 추세"라며 "집을 빨리 팔아줄 수 있다는 집주인 문의도 늘었고 이들은 본인들이 매매했을 당시 가격보다 수천만원 손해 보는 것은 상관없다는 입장으로 빨리 털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최근 노원지역 부동산시장에 투자와 실수요가 모두 줄어들면서 거래량도 감소하는 추세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살펴보면 지난 3월 591건이었던 노원구 아파트거래량은 4월 397건, 이달 현재까지 226건으로 줄어들었다. 부동산거래 신고기한이 계약일로부터 30일이내라는 점을 감안해도 거래량이 당분간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하반기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수석은 "단기적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공급 감소와 기준금리 인하 등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가 있어 장기적으론 외곽 지역도 대출대신 갭투자 등을 활용한 매수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