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 경합 펼쳐최대 성능 평가 기준 공정성 논란방사청, 이달 중 양사 협의 예정
  • ▲ Chat GPT가 생성한 현대로템의 HR-셰르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Chat GPT가 생성한 현대로템의 HR-셰르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대 성능 평가' 방식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는 방위사업청의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 사업’이 이르면 오는 7월 재개될 전망이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다목적 무인차량의 최대성능 평가를 앞두고 공정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평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일었던 ‘제안서 수정’ 요청에 대해서는 방사청 내부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현대로템의 수정 요청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방사청은 이달 중으로 참여 업체들을 불러 구매 사업의 최대 성능 확인 방안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사업이 예정보다 지연된 만큼 업체 간 접점을 빠르게 찾아 무인차량 전력화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4월 방사청의 긴급 공고로 시작됐다. 약 500억원 규모의 구매 사업을 두고 마지막 평가 단계에 대해 업체 간 이견이 생기며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현대로템의 셰르파와 한화에어로의 아리온스멧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육군 시험평가단의 구매 시험 평가를 거치며 90여 가지 항목에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방사청이 무인차량의 최대 속도, 최대 항속 거리 등 6개 항목에 대해 최대 성능을 시험하지만 결과가 입찰 제안서상의 수치를 상회할 경우 이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로템은 “각 업체가 제안서에 기재한 수치는 각기 다른 사설 인증기관의 입회 하에 전혀 다른 장소에서 개별 진행된 평가 결과인 만큼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제안서에도 실제 작전이 수행되는 환경을 고려해 산악 지형이나 험지에서 진행한 결과를 군의 작전 요구 성능(ROC) 이상으로 적어냈다는 것이다. 또한 제안 요청서에 ‘최대 성능’을 기입하라는 내용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우수한 장비를 선정하기 위해 최대 성능 확인 수치를 평가에 반영해 달라고 일관되게 요청한 것이지, 제안서 자체 수정은 가능하지도 않고 요구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안서 평가는 시험 평가를 실시할 ‘대상 장비’로 적절한지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지, 가장 우수한 장비를 선정하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최대 성능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인데, 1년 전인 지난해 5월에 이미 평가가 종료된 제안서로만 우수한 장비를 평가하는 건 절차상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제안서에 최대 성능을 적어 낸 것으로 알려진 한화에어로 측은 “사업설명회 중 최대 성능 확인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업체 질의도 있었으며 방사청은 최대 성능 확인에 해당하는 6항목은 구체적인 수치 확인이 가능한 평가 항목이기 때문에 상대 비교를 통해 평가하겠다고 답변했다”는 입장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통상 방사청의 무기 획득 사업은 최저성능만 충족하면 가격 협상으로 도입 여부가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최대성능을 내어놓으라는 방사청의 공식 문서상 지시가 없었다면, 업체 입장으로서는 굳이 최대성능을 뽑아낼 유인이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방사청이 직접 차량의 최대성능을 비교 평가하고 결과에 반영하는 단계가 있다는, 특수한 사업이라는 점을 초기부터 안내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게다가 설령 최대성능을 제출하라는게 제안요청서에 정확히 기재돼 있었다면, 그건 그 자체로도 문제”라며 “입찰 시험평가를 목전에 두고 단 2대밖에 없는 구매시제 장비를 소위 ‘오버 출력’으로 고장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최대성능을 가져오라고 지시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지난달 말 해당 사안은 법무 검토를 거쳐 관련 법규에 따라 성능 확인 기준, 방법 및 절차 등을 확정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기종 결정 종합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방사청 역시 이번 사업 공고 전에 무인차량의 기술력과 성능을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별도 비용까지 들여가며 외부 전문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할 정도로 입찰 평가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업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민간의 고도화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군에 빠르게 도입하고자 마련된 신속시범획득사업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양사에게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현대로템은 무인차량을 우리 군에 최초로 제안하며 2020년 방사청의 다목적 무인차량 운용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 임무 수행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성과는 군에서 다목적 무인차량의 정식 전력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번 사업의 공고를 내기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도 2016년 다목적 무인차량 1.0을 시작으로 아리온스멧을 개발해 미국 국방부의 해외 비교 성능 시험(FCT) 대상 장비로 선정되며, 2023년 12월 미국 하와이 해병대 훈련장에서 성능 시험을 마쳤다.

    향후 사업 진행의 확장성이 달려 있는 사안인 만큼, 방사청이 회의에서 두 업체가 납득할 만한 평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