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 지대공 유도무기로 미사일 방어체계 핵심다수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 기록하며 성능 검증중동 주요 3개국에 ‘천궁-II’ 수출 계약하며 명성 높여
  • ▲ 국내 방산업체 5개사가 K-방산의 신화를 쓰고 있다. ⓒ뉴데일리DB
    ▲ 국내 방산업체 5개사가 K-방산의 신화를 쓰고 있다. ⓒ뉴데일리DB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K-방산’이 전성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다른 국가의 경쟁업체들보다 높은 품질 경쟁력에 납기 준수가 뛰어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현재 호황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투자를 통해 K-방산 성공 신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K-방산의 주역들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등 5개사 현장을 찾아 이들의 진가(眞價)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 LIG넥스원 김천하우스 전경 ⓒ이보현 기자
    ▲ LIG넥스원 김천하우스 전경 ⓒ이보현 기자
    “천궁-II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이 하나의 박자로 정확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시험 발사에서 100% 요격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품이 없습니다.”

    LIG넥스원 김천하우스에서 천궁-II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길 반장은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일 방문한 LIG넥스원의 김천하우스.

    쾌청한 하늘 아래 펄럭이는 커다란 태극기를 보니 방산 수출의 최전선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철저한 신분 확인과 보안 절차를 거쳐 밖으로 나오자, 생산 시설 주변을 둘러싼 철책 때문인지 마치 군부대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 LIG넥스원의 김천하우스는 군사 시설로 분류돼 특수 경비업체가 24시간 전체 시설을 경계하고 있다.
  • ▲ 작업자들이 ‘천궁-II’ 조립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LIG넥스원
    ▲ 작업자들이 ‘천궁-II’ 조립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LIG넥스원
    천궁 생산 시설을 보기 위해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자 김천하우스의 유도무기 체계 조립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혹시 모를 폭발 사고에 대비해 공장 간 안전 거리를 확보하고, 각 시설 사이에 거대한 옹벽을 방폭 구조로 설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장에 들어서자 2층 높이의 탁 트인 조립동에서 ‘한국의 패트리엇 미사일’이라 불리는 ‘천궁-II’ 완제품이 발사관에 장입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흰색으로 길게 뻗은 매끈한 모양의 천궁-II를 국방색으로 도색한 전봇대 두께의 발사관 안으로 작업자들이 한 발씩 장입하는 과정이다.

    발사관에 장입된 천궁-II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점검을 거쳐 최종적으로 2발씩 포개어 실전에 배치되며, 발사대에는 총 8발이 장착된다.

    천궁-II는 공중의 항공기와 탄도탄 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체계다.

    지상에서 발사된 유도탄이 하늘에 떠있는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무기체계로, 다수의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하며 명성을 높였다. 2017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이후 2018년부터 양산이 진행 중이다.

    천궁의 발사 방식에는 LIG넥스원의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

    콜드론칭 기술을 적용해 유도탄을 먼저 발사대 위로 10m 이상 튀어오르게 한 뒤, 측추력기를 이용해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초기 비행 방향을 설정한다.

    이후 지령수신기 안테로부터 수신한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추진기관을 통해 요격에 나선다.
  • ▲ 출고를 앞두고 있는 ‘천궁-II’ ⓒLIG넥스원
    ▲ 출고를 앞두고 있는 ‘천궁-II’ ⓒLIG넥스원
    천궁 초기 개발부터 지금까지 생산 현장을 맡아온 임원길 김천생산팀 반장은 천궁에 적용된 첨단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임 반장은 “천궁의 눈이라 할 수 있는 탐색기가 목표물을 포착해 쫓기 시작하면, 작동기가 날개의 각도를 조절해 급선회하는 목표물도 추적할 수 있다. 유도전자 장치는 두뇌 역할을 하며 각 구성품에 명령을 내려 신속하고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천궁의 방향 전환을 담당하는 날개를 보면 하나의 쇳덩이처럼 생겼지만 내부는 다 비어 있다. 가벼운 무게를 위해 틀에 판을 한 땀 한 땀 용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부터 외부 부식 방지를 위한 도장, 완제품의 작동을 점검하는 공정까지 어느 하나 작업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며 천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 작동 점검을 위해 점검장에 거치돼 있는 ‘천궁-II’ ⓒLIG넥스원
    ▲ 작동 점검을 위해 점검장에 거치돼 있는 ‘천궁-II’ ⓒLIG넥스원
    이어 김천하우스를 소개를 맡은 김명기 미사일시스템 생산실 팀장은 “천궁은 2015년부터 전력화돼 올해가 딱 10년이 되는 해”라며 “현재 김천하우스에서는 천궁 초기 모델의 창정비와 천궁-II의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 장비 등 대부분은 자동화됐지만, 유도탄은 작업자가 매뉴얼대로 볼트 하나, 너트 하나, 도장까지 손수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숙련된 작업자들이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회사의 기술력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천하우스는 자재, 설비, 인원 삼박자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최근 늘고 있는 천궁-II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천궁-II 수요에 맞춰 김천하우스는 수출 사업 전용 기지로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LIG넥스원은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2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이라크 등 중동 주요 3개국에 천궁-II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2조6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한국 방산 수출 역사상 단일 무기체계 기준 최대 규모다.

    이에 힘입어 회사는 천궁뿐 아니라 장거리·고고도 요격 능력을 갖춘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시스템)’, 장사정포 요격체계 ‘LAMD’, 근접방어무기체계 ‘CIWS-II’ 등 다수 요격체계를 국내에서 개발하며 추가수출 가능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고고도 요격 유도탄 ‘L-SAM-II’ 체계종합 사업의 주관 업체로 선정되며, 저고도부터 고고도를 아우르는 다층방어 통합방공 솔루션을 완성해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 2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에서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L-SAM을 해외 최초로 공개하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LIG넥스원 부스를 직접 찾아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북아프리카, 중동, 아시아를 연결하는 ‘K-방공망 벨트’ 실현과 방공 및 무인체계 중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천궁-II’ 발사 장면 ⓒLIG넥스원
    ▲ ‘천궁-II’ 발사 장면 ⓒLIG넥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