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2차 비상경제점검TF서 '라면값 2000원' 언급정부, 가공식품 물가 대책 본격화 움직임에 기업 불만"유통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 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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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연합뉴스
새 정부가 들어선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식품업계가 잔뜩 얼어붙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를 지목하며, 물가 급등에 대한 대책마련을 당장 요구하고 나선 것이 배경이다. 업계는 유통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을 이해해야한다는 입장이다.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라면값 2000원'을 언급하며 물가 문제 현황과 대책마련을 지시했다.특히 이 대통령은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라며 가공식품 물가 문제를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이 대통령이 물가 현황과 대책을 다음 회의 전 보고해달라고 지시함에 따라 정부는 본격적으로 물가 안정을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이는 곧 상반기 내 가격 인상을 이어온 식품기업들을 겨냥해 칼을 빼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계엄 선포 이후 6개월간 가격 인상에 나선 식품·외식 기업은 60곳이 넘는다.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가공식품 기업 담합 여부 조사 등 시장 점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지며 식품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업계는 '커피 원가 120'원 발언에 이어 '라면값 2000원' 발언 역시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부차원에서 어떤 권고나 지시가 내려온 것이 아니다보니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원부자재 가격 폭등 등 인상 요인이 있어 (가격을)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라면업계 관계자는 "라면 가격의 대부분은 2000원 미만"이라며 '라면 한 개 값'을 2000원으로 표현한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
- ▲ 계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는 산지 가격이 오를만 한 요인이 없다며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실제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주요 라면 기업의 대표 제품은 편의점 정가 기준 2000원 미만이다. 신라면은 봉지 기준 1000원이며, 프리미엄인 신라면 더 레드는 1500원이다. 오뚜기 참깨라면 등 주요 제품도 2000원 미만이다. 삼양식품 불닭 시리즈도 1000원대다.하림 'The미식' 라면, 오뚜기 '마슐랭 마라샹궈' 등 일부 제품들은 1개 정가가 2000원을 넘지만, 상시 프로모션을 통한 할인 폭 등을 고려하면 실제 가격은 정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라면업계 관계자는 "실제 정부에서 유통별 봉지면 판매가와 할인행사 폭, 빈도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조금 더 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라면 시장은 가격 규제와 시장 포화로 해외에 비해 성장이 둔화된 상태"라고 꼬집었다.TF에서 언급된 계란, 닭고기 등을 취급하는 기업들도 우려가 크다. 산란계 고령화와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유행이 주기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 배경을 '기업의 폭리'로 지목하고 가격 통제에 나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식품기업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수 회복'이라는 입장이다.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먹거리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나, 원재료값, 환율 등 제품값 인상 요인이 지속돼왔던 것 역시 사실"이라며 "정부는 무조건 기업을 조준해 가격통제에 나서기보다 시장 환경을 고려한 내수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