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여의도의 메리츠증권 사옥. /연합뉴스
    ▲ 서울 여의도의 메리츠증권 사옥. /연합뉴스
    메리츠증권이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그룹 차원의 연쇄 출자 구조를 통해 메리츠캐피탈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함인데, 꼬리(캐피탈)가 몸통(메리즈금융지주)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조금은 성급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400만주의 신주를 1주당 1만2500원에 발행해 총 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의 모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는 오는 16일 대금을 납입하고 이튿날 신주를 받을 예정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캐피탈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무 구조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메리츠캐피탈도 이사회를 열고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100만 주를 1주당 5만 원에 발행하며, 조달한 자금은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메리츠금융지주 → 메리츠증권 → 메리츠캐피탈로 이어지는 연쇄 출자 구조를 통해 이뤄진다.

    메리츠캐피탈은 올해 1분기(1~3월) 2060억 원의 영업수익과 27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 2%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영업수익과 순이익이 각각 5%, 15% 감소해 실적 둔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홈플러스 엑스포저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캐피탈의 올 3월말 연체율(1개월 이상)은 5.6%, 고정이하 자산비율은 9.7%까지 급등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메리츠증권 신용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3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6조8000억원이며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6301억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메리츠캐피탈에 대한 재무적 지원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라며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등으로 인해 악화된 자산 건전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