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 180억 과징금에 역대 좌파정부의 '공정위 칼날' 시작 관측李대통령 '라면 2천원' 발언으로 '가격 통제' 암시 이은 기업 비틀기대형마트 의무 휴일 법안에 포퓰리즘 법안도 "중국기업만 좋은 일" 노란봉투법·상법개정·주4.5일제 등 반기업 정책 추진 잇따를 전망잇단 기업 제재 행보에 "새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시작됐다" 비판
-
-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10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새정부 출범과 함께 이례적으로 대기업 총수 회동을 조기에 잡는 한편, 연이어 기업들에 채찍을 가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새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역대 정부가 출범하면 항상 되풀이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식품업체 가격인상 담합 조사,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대출 금리 인하 요구 등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던 부처의 칼자루 휘두르기가 어김없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그만큼 시장경제는 심각하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1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중흥건설이 계열사에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80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제재를 받자 예고된 조치임에도 불구, 이재명 정부의 기업 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공정위의 기업 부당행위 제재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새정부 출범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발표하자 이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기업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가 '기업 규제' 목표 지향점이 같은 현 정부를 등에 업고 기업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은 같은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2차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라며 관련 부처에 물가 대책을 조기에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이 발언이 알려지자 농심 주가는 급락했다. 9일 오전 10시까지만 해도 41만원대를 웃돌았지만, 점차 하락해 전날보다 4.64% 내린 40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이 대통령의 '라면 2000원' 발언에 따라 공정위가 특정 식품 분야 기업을 상대로 광범위한 담합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콕 찍어서 언급한 라면 제조업체들이 공정위의 우선 타깃이 될 수 있다.새 정부가 공정위의 기업 조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년 전 분리됐던 조사·정책 기능을 재통합하고, 경제분석국을 신설하는 등 전면적인 조직 개편에 착수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되며, 앞으로 기업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정부의 개입도 잦아질 개연성이 높다.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이례적으로 공정위 등 특정 부처에 대한 보강을 언급하면서 기업 길들이기용으로 공정위를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무리한 조사와 제재 판정이 법원에서 번번이 뒤집히는 부작용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국회에서도 기업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휴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추진, 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조만간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현행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해야 한다'로 바꾸고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협의를 거쳐 변경 가능하다는 문구도 '공휴일 중에서 지정해야 한다'로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현실화되면 대형마트의 공휴일 영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소비 부진과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유통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시장에서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급락하고, 이번 법안이 알리와 테무 등 중국 기업 좋은 일만 시킨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선악의 역설'이다.이재명 정부가 노란봉투법·상법개정·주4.5일제 같은 반기업법을 추진하는데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거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유일호 전 부총리는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업이 주도해야 할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유 전 부총리는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이런 법이 통과되면 노사 관계가 더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했고, 상법 개정에 대해선 "큰 틀에서 주주의 이익을 지금보다 더 중시하는 방향이 맞지만 주주에 대한 무한 책임 조항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4.5일제는 "시기상조"라고 했다.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오는 12일 또는 13일에 주요 대기업 총수, 경제단체장들과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할 것으로 보인다.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경기가 너무 어려운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정책만 추진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면서 "기업 길들이기나 규제 강화보다는 기업을 살리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