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건설발 '쌍폭탄' … 금융 시스템 흔든다신용유의자·폐업 급증 … '버티기 한계' 도달배드뱅크 설립 본격화 … 골든타임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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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금융권 전반에 ‘부실 전이’ 경고등이 켜졌다. 

    연내 가동을 예고한 금융당국의 부실자산 정리 전담기구(배드뱅크) 출범 속도와 실효성이 연쇄 불안 확산 여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상승 중이다.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71%로 전년동기 대비 0.17%포인트 올랐다. 고금리 장기화, 상환유예 종료, 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11.07%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사·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 연체율도 10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고, 보험사 역시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신용유의자 등록 개인사업자는 14만명으로 전년 대비 28.8% 급증했고, 폐업 공제금 지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자영업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건설 PF 부실, 메리츠캐피탈 등 긴급 수혈 … 금융권 전방위 확산

    PF 부실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의 경우 수천억 원 규모의 PF 대출이 메리츠금융을 비롯한 복수의 금융사에 연쇄 노출돼 있다. 보험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연체·손실 확대에 직면한 상태다.

    메리츠캐피탈은 PF 부실 직격탄을 맞아 모회사 메리츠증권으로부터 500억원의 긴급 자금 수혈을 받았다. 금융권에선 유사한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연쇄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충당금 여력이 있지만 제2금융권은 위기 대응 체력이 약하고 시장 신뢰도 취약하다”며 “배드뱅크의 조기 가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드뱅크 필요하지만 ‘속도·운영주체’가 관건”

    정부는 부실 PF 사업장을 인수·정리하는 민관 공동 구조조정기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건설사-시행사-금융사’의 삼각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최소 1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행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F 부실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사업장 정리와 자산 매각이 지연될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배드뱅크의 속도와 유연성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IMF 직후에도 비슷한 형태의 배드뱅크가 있었고 기업금융 분야에서는 효과적이었다”며 “지금처럼 자영업자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는 시점에 부실을 정리하고 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방향을 정했다면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드뱅크 설립 자체는 필요하지만 공개적으로 예고할 경우 성실 상환자들조차 상환을 미루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물밑에서 플랜B로 조용히 준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처럼 경험이 풍부한 기관이 중심이 돼야 실효성이 높다”면서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투명한 대응을 위해서는 운영주체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