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료 공공신탁제도 추진 … 신탁시장 구조 재편 신호탄銀 "신탁 시장 확대 vs 민간 수요 이탈 우려 … 제도 설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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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치매환자의 154조원 규모 자산을 국가가 무료로 관리하는 공공신탁제도 도입을 추진하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공공신탁이 도입될 경우 민간은행이 기대해온 유언대용신탁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현재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은 약 154조원으로 '치매머니'로 불린다. 이 자산은 2050년까지 488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은 최근 몇 년간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이 시장 확대를 기대해왔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고객이 지정한 방식대로 자산을 운용하고, 사후에는 상속 대상과 방식까지 명확히 정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약 3조 6106억원으로, 전체 신탁 시장(약 661조원)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유언대용신탁 수요는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신탁을 무료로 운영하는 공공신탁 도입을 추진하자 금융권은 기존 민간 신탁상품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신탁이 도입될 경우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고객들이 민간 유언대용신탁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김도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팀장은 "유언대용신탁 안에 치매 관련 조항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현재는 치매와 직접 연결된 상품으로 활발히 운용되지는 않는다"며 "이 상품의 주된 목적은 치매 발병 시 제3자의 무단 자산 사용을 방지하고, 병원비나 요양비 등 본인의 필요에 맞춰 자산을 활용하도록 사전에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반면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은행권 유언대용신탁 시장은 아직 크지 않고 주로 고액자산가 중심이기 때문에 은행 영업에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신탁시장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고 짚었다.은행권은 정부가 공공신탁을 직접 운영할지, 아니면 민간 금융사에 위탁할지 등 운영 방식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연말까지 치매머니 관리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권은 이에 대응해 치매·고령자 자산관리에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와 신탁 상품을 개발하며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