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처벌은 답 아냐 … 시스템 개선이 먼저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 기자간담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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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로는 의료사고 자체를 줄일 수 없으며, 오히려 의료현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환자안전 중심의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1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소비자단체와 학계, 중증질환 환자단체 등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의료사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필수의료 기피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높은 처벌 수위가 결코 의료사고 예방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사고 발생 시 민형사 소송에 의존하는 현 구조는 의료진을 위축시키고 환자에게도 실질적인 회복 기회를 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의료사고를 겪은 환자와 가족은 설명도 사과도 없이 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의료인은 방어진료에 내몰리며 결국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 정부가 추진한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의무화, 조정절차 간소화 등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고위험 의료행위를 기피하게 만들고, 문제 발생 시 은폐를 유도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신뢰 회복은커녕 의료안전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환자 안전 조사 기구’ 신설을 촉구했다. 이는 민형사 책임 여부를 따지기보다 사고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에 집중하는 독립적 상설 기구다.

    뉴질랜드의 건강장애위원회, 독일의 의료사고 감정위원회, 덴마크의 환자안전청, 스웨덴의 IVO(환자안전감사위원회) 등은 모두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정책 개선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교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과실이 밝혀진 경우, 고의나 범죄가 아니라면 형사처벌보다는 면허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의료선진국에서 채택 중인 모델로 인간의 실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환자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