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경차 판매 전년 대비 33.8% 감소 대형차 선호 속 기존 모델 단종하고 신차 부재포터·봉고 판매 급감 … LPG·전기 모델 비선호"신차 개발 없이 연식 변경만 … 상품성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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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차
경기 침체의 그늘이 자동차 시장에도 짙게 드리운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경차 및 중소형 트럭 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불황이 근본적 원인이지만, 업계에선 상품성 개선 및 신차 출시 여부가 경차·중소형 트럭 시장의 반등을 끌어낼 열쇠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 판매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 불황과 신차 부재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실제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시장에서 경차는 전년 동월 대비 37.4% 감소한 5626대가 신규 등록됐다. 올해 1~5월 누적 경차 등록 대수도 3만8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8% 줄었다.경차 판매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경차는 지난 2021년 9월 현대차의 첫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캐스퍼'가 출시된 이후 해당 차량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이듬해인 2022년 13만4294대의 연간 판매를 기록했으나, ▲2023년 12만4080대 ▲2024년 9만9211대 등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레저용 차량(RV) 등을 중심으로 대형화·고급화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이 '경차 외면'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국내 대표 경차 판매사인 현대차·기아가 신차 출시를 등한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실제 지난 2020년 한국GM이 쉐보레 스파크를 단종한 후 현재 국내시장의 경차는 기아 모닝, 레이, 레이EV, 그리고 현대차 캐스퍼뿐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현대차가 선보인 캐스퍼EV의 크기가 내연 모델 대비 커지면서, 경차가 아닌 소형차로 분류된다.한 업계 관계자는 "경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눈에 띌만한 신차가 나지 않은 게 수년째"라며 "현대차·기아가 수익성이 낮은 경차보다는 중대형 차종에 집중하는 것은 개선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
- ▲ 기아 The 2025 봉고 Ⅲ EV ⓒ기아
중소형 트럭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아 '봉고'와 함께 1톤 트럭 시장을 양분하는 현대차 '포터'의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현대차는 포터의 생산량을 줄이고, 생산 설비를 2주간 멈춘다.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울산 4공장 2라인의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UPH)를 기존 28.5대에서 19.5대로 조정한다. 이번 UPH 하향 조정으로 월간 생산량(주말 특근 제외)은 9120대에서 6240대로 31.5% 줄어들 전망이다.현대차는 이와 더불어 사흘간의 UPH 조정 이후 오는 19일부터 7월 2일까지 4공장 2라인의 휴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울산 4공장 2라인은 내연기관 포터와 포터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이는 판매 부진 장기화 때문이다. 현대차는 포터 판매 감소로 올해 대부분 해당 생산 라인의 주말 특근 일정을 잡지 않았지만, 재고를 소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실제 포터는 올해 1~5월 국내서 2만4027대 판매돼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6.6% 감소했다. 포터 일렉트릭은 올해 1~5월 4383대 팔리며 전년 대비 3.2% 줄었으며, 내연기관 포터는 전년보다 30.3% 감소한 1만9644대에 그쳤다.포터뿐만이 아니다. 기아의 봉고 역시 올해 1~5월 국내서 1만5051대(봉고 EV 포함)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21.6% 줄었다. 기아도 봉고의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로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업계는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가 감소한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전국 자영업자 수는 565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2000명 감소하며 최근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디젤 모델이 단종한 것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포터2와 봉고3의 디젤 모델은 단종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종 이후로도 연비와 성능이 모두 뛰어난 디젤 모델에 대한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포터와 봉고는 디젤 모델 생산이 중단되면서 LPG 모델들로 대체됐으나,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경유 모델을 선호한다"라며 "LPG, 전기 모델 모두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운행 거리 등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실소비자들의 반응은 디젤 모델과 비교했을 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신차보단 디젤 중고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또 다른 관계자는 "신차 부재 없이 연식 변경만 지속하는 현대차·기아의 행태가 경차 및 중소형 트럭 판매 급감을 거들었다"라며 "독점하는 시장일지라도 상품성 개선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